약자는 끝까지 약자인가? ,오세곤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순천향대 연극무용학과 교수고양문화재단 부당해고 사건과 개인이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방법4선의 국회의원과 5선의 중견 국회의원 두 분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 초대된 적이 있었다. 문화부장을 초대하는 자리였는데 필자도 말석에 끼어 담화를 나누는 것을 즐겁게 지켜본 적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자 두 분이 일어서 우리 테이블로 오시는 것이다.
“맞아, 이 좌석이 테이블을 돌아가면 인사하는 라운딩 미팅이었지?“ 갑작스런 깨달음에 혈압은 순간 최고기록을 갈아 치우듯 갑작스레 상승하며 뒷목 잡고 어서 빨리 이 자리를 떠났으면 하는 자아와는 달리, “뭐 오시면 두 분이 최근에 보신 연극제목은 뭔지? 어떤 점을 좋게 보셨는지? 어떤 연극 작품을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추천하시는지 물어봐야겠다” 하며 취재수첩을 꺼내고 있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어이없게도 타아는 너무도 당연스레 보고 즐기고 있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질문을 던졌는데 손사래를 치고 웃으시며 ‘최근에 본 연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뭔가요? 기자들은 어떤 연극을 최고의 연극작품으로 생각하는 지 늘 궁금했거든요?‘ “ 김도원 작, 연희단거리패 조용진, 이승헌 배우 출연, 남미정 연출의 ‘잠들 수 없다’를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탁월함은 물론,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무대세트, 무엇보다 ‘잠들 수 없다’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공감합니다“ 2003년도 문화게릴라 이윤택 예술감독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는 이 사회에 존재하는 어둠을 몰아내기 위한 조명탄을 대학로에 여섯 발 쏘아 올린다. ‘6탄 게릴라전’이 바로 그것인데 , ‘잠들 수 없다’는 “육탄 게릴라전” 중 세 번 째 공연되었던 연극작품이었다. 내용은 순수한 개인의 생각을 조직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기 위한 꼭두각시 인형 또는 체코의 퍼펫(손으로 조정하는 인형)으로 만들기 위해 행하는 공작과 압력 회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기 자신을 지켜나가는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연극 속에만 존재할 것 같았던 이런 엄청난 일이 대명천지 대한민국에도 일어나고 있고 그것도 바로 연극 쪽에서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하여 , 객관적 시선으로 내용을 소개하실 분을 지면에 모셨다. 어제 대학로 카페 장에서 있었던 '예술학계 취업률 대책마련 회의'에서 '한국 예술대학. 학회 총연합' 발의 후 의장에 선출되신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이며 순천향대 연극무용학과 오세곤 교수가 ,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의 글에 그러한 내용의 글을 올리신 것이 생각나 저자의 동의를 얻어 여기 소개한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연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 ‘장 주네의 희곡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부회장, 한국연극교육학회 회장, 한국 대학 연극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회장,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부회장,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 아산문화재단 이사, 충청남도 문화예술진흥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배우의 화술』, 『예술강국, 문화대국』등이 있다. 『우리읍내』(쏜톤 와일더 작), 『도둑일기』(장 주네 작) 등 다수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했다. 순천향대 연극전공 학생들이 만든 극단 ‘노을’을 8년째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로에 노을소극장을 건립 후 오는 7월 11일부터 8월 6일까지 노을소극장에서 연극과 무용의 융합과 젊은예술인들에게 작품발표 기회의 장을 펼쳐주는 제3회 파다프(PADAF) 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을 맡아 65개 젊은단체에게 문화융성의 기회를 제공하여 주목받고 있다. 이번 칼럼과 관련해서는 오세곤 번역, 이윤택 연출의 외젠느 이오네스코 작 '수업' 연극을 참조했으면 좋겠다. [시사코리아 문화부장] 약자는 끝까지 약자인가? / 오세곤 by TTIS on Jun 01, (32호 편집인의글)
오래 전 일이다. 모 대학 교수였던 선배가 해직되었다. 학교에 대해 쓴 소리를 한 게 발단이었다. 부당한 일이었으므로 당연히 법에 호소하였다. 길고 지루한 재판 끝에 승소하였고 그래 복직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학교는 그 명령을 거부하였다. 온갖 일을 다 찾아내 문제시하였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가 생기는 식이었다. 일일이 대응하자니 끝이 없고 대응 안 하자니 문제를 인정하는 꼴이었다. 그렇게 진퇴양난의 시간이 근 10년 흘러갔다. 선배는 결국 포기하였다. 삶이 다 망가진 뒤였다. 이 경우 그 선배는 개인이다. 그러나 학교는 조직이다. 개인은 시간이 흐르면 지치지만 조직은 늘 그 개인을 상대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설령 그 선배가 옳다는 게 증명되더라도 시간이 너무 지난 후라면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보상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만다. 그러니 아무리 정의로운 일이라도 나서는 게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아마 그 선배도 해봤자 손해니 시작하지 말라는 주위의 충고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2013년에도 벌어지고 있다면 믿겠는가? 고양문화재단 부당해고 사건 은 연극인들이 많이 아는 일이다. 벌써 몇 년 됐고 어느 정도 잘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페이스 북에 올라온 글은 그게 아니었다. 대법원에서까지 승소하였지만 고양문화재단은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저런 일을 문제 삼아 형사 고발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 불기소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일 소송으로 이어지면 그걸 핑계로 복직을 거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마 불기소되면 다른 일을 또 찾아낼 것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그 끈질긴 공격은 개인을 지치게 하는 최상의 방법 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 권위주의 시대라면 그래서 그렇다고 하겠지만 세계 중심 국가를 자부하는 2013년 대한민국에서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은 도처에 여전히 존재한다. 그걸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망각이 아니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법이 통과되니까 대학의 조교 임기가 2년으로 고정되었다. 그 전에는 5년씩 근무하는 조교들도 많았다. 약자를 보호한다고 만든 법이 오히려 그들을 더 위험하게 한 것이다. 이런 예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일어나고 있음을 알지만 100% 자기 일이 되기 전에는 다들 눈을 돌려버리는 나름의 지혜(?)를 발휘한다. 그러니 이런 일에서 개인은 철저히 분리된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 약자가 조직을 상대하기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를 바 없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개인으로 분리되지 않고 함께 대처하는 것 이다. 즉 조직 대 조직이 돼야 그나마 균형이 맞는 것이다. 여기서 연극협회나 연극인복지재단, 또 직능별 단위 협회들의 책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단체나 협회들이 제대로 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역시 개인들의 관심 이다. 물론 자기 하나 돌보기도 힘든 상황이므로 남에 대한 관심을 강요하기 어렵다. 그러나 저 멀리 남의 일로만 여기던 일이 막상 자신에게 닥쳤을 때 느낄 그 외로움을 한 번 상상해 보라. 조직에 대한 저항은 해봤자 소용없으니 괜히 인생 망치지 말고 빨리 포기하고 다른 길 찾으라는 충고 대신 끝까지 지켜보며 응원할 테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부디 우리 연극인들은 어리석은 지혜가 아니라 진정 지혜다운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적어도 연극인들에 대해서는 누구도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먹잇감처럼 얕보지 못 했으면 좋겠다. 스스로 약자라고 자포자기하는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연극인들이 행복한 그 날을 갈망하며. 2013년 6월 1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 출처: http://www.ttis.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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