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올림픽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     ©

[시사코리아=어승룡 기자] 안세영(22·삼성생명)은 11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기자회견에서 “협회의 선수 관리 소홀로 실망해 대표팀을 떠나겠다”고 작심발언을 한 뒤 6일 만이다. 해당 발언이 큰 파장을 낳으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문제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안세영의 작심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인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조사한다.

문체부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미흡한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 파악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도 관련 문제,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기준 문체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보조금 71억 2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조사결과는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안세영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안세영이 지적한 부분은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이 정한 선수의 개인 후원 및 실업 선수의 연봉·계약금 관련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배드민턴 실업 선수들이 적용받는 ‘계약금·연봉 상한제’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선수계약 관리 규정’에 따르면 신인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연봉을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고등학교 졸업 선수나 신인선수의 계약기간은 7년으로 하며, 계약금은 7년간 최고 1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7년간 연봉 1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다른 인기 종목인, 야구, 축구, 배구, 농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정이다.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입단 첫해 연봉은 최고 5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연봉은 연간 7％ 이상을 인상할 수 없으며 3년경과 후에는 구단과 선수 간의 협상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단 7년 내에는 1억을 넘을 수 없다.

입상 포상금 등 각종 수당은 연봉과 별개로 수령할 수 있지만, 광고 수익은 계약금·연봉에 포함된다.

이러한 연봉 상한액 규정에 따라 안세영은 2021년 1월 광주체고를 졸업하고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올해가 시니어 선수 4년 차다. 입단 이후 안세영은 국내외 무대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으나 최소 첫 3년 동안에는 그에 비례하는 계약금과 연봉을 받진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맹 측은 광고 수익 규정과 관련해 “삼성생명, 인천국제공항 등 모기업 광고 활동에서 받은 수익만 해당한다. 외부 기업에서 받은 수익이 계약금·연봉의 일부로 산정될지 여부는 각 팀 내규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배드민턴계에서는 안세영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비인기 종목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드민턴협회는 공식 후원사로부터 받은 현금과 용품으로 안세영뿐 아니라 전체 대표팀 선수들과 주니어 선수들을 지원한다. 

하지만 후원 계약을 선수 개개인 각자에게 돌린다면 비인기 선수들과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실업연맹 규정도 마찬가지다. 연봉과 계약금 상한 규정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비례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배드민턴 선수 전체 풀을 어느 정도 유지해 총 300여명의 실업 선수가 운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첫 3년 연봉의 한도를 정해주지 않으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연봉총액 상승으로 인해 실업팀들이 선수단 유지를 못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품사용 지침에 관해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 시 홍보에 적극 협조한다”고 적혀있다.

개인 후원 계약에 대해선 “그 위치는 우측 카라로 지정하며, 수량은 1개로 한정하며 배드민턴 용품사 및 본 협회 후원사와 동종업종에 대한 개인 후원 계약은 제한된다”고 규제하고 있다.

또 “개인 후원 계약 기간에 올림픽 및 아시아경기대회 등 대한체육회에서 주관해 파견하는 종합경기대회에 참가할 경우 대한체육회의 홍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개인적인 후원을 극히 제한적으로 1개에 한해 받을 수 있으며, 언제나 협회, 대한체육회 차원의 후원사에 종속되는 셈이다. 신발조차도 마음대로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신을 수 없는 현실이다. 안세영은 선수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