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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자 의원 “안전보건공단, 삼성 백혈병 기금으로 250억 건물 구입”수도권 정비 계획법에 따른 국토교통부 심의도 받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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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이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태’로 기탁한 500억원 가운데 250여억원으로 건물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 정비 계획법을 어겨 감사원 지적도 받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이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6월 수원시 권선구 소재 신축 건물을 총 264.9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 240억원에 부가세‧취득세 20.9억원, 부동산 중개보수 등을 합친 금액이다.
수원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건물로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다.
기금 500억원은 삼성전자가 백혈병 사태를 계기로 공단에 기탁한 것이다.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 근로자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졌고, 반도체·LCD 제조 공정에서 피해자가 추가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피해자 모임 단체인 ‘반올림’은 조정위원회의 중재로 2018년 11월 11년 만에 피해 협상을 타결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산재 예방 등을 위해 개별 피해 보상과 별개로 500억원의 기금을 내놨다.
한편 공단은 지난 2020년에도 이 기금으로 청사건물을 매입하려다 논란 됐지만 지난해 결국 건물을 샀다. 하지만 ‘수도권 정비 계획법’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에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청사를 새로 지으려면 국토교통부 산하 수도권 정비 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돼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2014년 울산으로 내려간 안전보건공단 역시 이 법의 적용대상이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공단은 이 법에 대한 검토도 하지 않았고, 위원회 심의 역시 받지 않았다.
공단은 2020년 건물을 운영하기 위해 미래전문기술원이라는 조직도 새로 만들고 인력 24명도 배치한 상태인데, 감사원은 “미승인 조직·인력”이라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당초 작년 12월이 목표였던 개원이 지연되고 있고, 후속 절차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개원 일정도 불확실하다”며 “거액의 기부금이 당초 취지대로 사용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단이 굳이 경기도에 청사를 매입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공단은 “전자산업 사업장 60%가 분포하고 있고, 현장 방문 사업을 하려면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임이자 의원은 “공단이 공공기관 이전 절차를 지키지 않고 건물을 매입해 초기의 사업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기탁금이 소기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제반 절차를 철저히 지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강성우 기자 arirangk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