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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처리수’ 변경?

남재균 기자 | 기사입력 2023/05/11 [16:26]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처리수’ 변경?

남재균 기자 | 입력 : 2023/05/11 [16:26]

  © 후쿠시마 원전



(시사코리아-남재균 기자) 우리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Contaminated Water)’라는 용어를 ‘처리수(Treated Water)’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는 11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 탱크에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통과해 주요 방사능 물질을 제거한 물 중, 배출 기준에 맞게 처리된 물이 약 30%이다. 나머지 오염된 물이 70% 정도”라며 “다만 향후 처리 비율이 높아지면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부르는 게 합리적이라 용어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사능 처리수'는 일본 정부가 쓰는 말로, '청정하게 정화됐다'는 의미를 강조한 표현이다.

 

 이에 국내 과학계와 시민단체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에 접촉한 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처리수라는 표현을 왜 한국이 써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지상 탱크에 저장 중인 오염수의 66%는 방사성 물질 기준치를 넘는다.

 

 게다가 현재 지구에 있는 어떤 정화 기술을 써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오염수에서 제거할 수 없다. 바다에 방류되는 순간까지도 '오염이 완전히 처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힘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용어 변경을 검토한다고 한다.

 

 실제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공식 용어 변경 시, 추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주장할 명분에 약한 고리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편, 일본 도쿄전력은 공식 홈페이지에 “처리수는 삼중수소 외 방사성 물질이 안전에 관한 규제 기준치를 확실히 밑돌 때까지 ‘다핵종 제거설비(알프스·ALPS)’ 등으로 정화 처리한 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이런 물은 후쿠시마 원전 근처 탱크에 보관된 총 130만t 오염수의 34%를 차지한다는 게 일본 측 설명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66%의 물은 안전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물은 ‘처리도상수’라고 부른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처리도상수에는 기준치를 살짝 넘는 물도 있다. 하지만 기준치의 최고 '1만9,000배'를 넘는, 독한 방사능을 뿜는 물도 있다.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한국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보다 훨씬 정화를 잘 해서 내보내는 물에도 ‘배출수’라는 용어를 쓴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물을 처리수라고 부르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영국 BBC와 미국 CNN,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 주요국 언론에선 대체적으로 ‘오염수(contaminated water)’ ‘폐수(wastewater)’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물이 무엇에 오염됐는지 독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방사성 물(radioactive water)’이라는 표현도 쓴다. 

 

 '원자력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와 지상 탱크에 저장된 물의 66%는 도쿄전력이 스스로 밝힌 자료로만 봐도 방사성 기준치를 초과한다”며 “이것이 오염수이지 어떻게 처리수냐?”고 꼬집었다.

 

남재균 기자(news38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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