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단상] ‘휴가를 휴가’라고 말하지 못하는 대통령

김재순 기자 | 기사입력 2019/07/30 [14:07]

[시사단상] ‘휴가를 휴가’라고 말하지 못하는 대통령

김재순 기자 | 입력 : 2019/07/30 [14:07]

 

 
과거 먹고살기 힘든 시절엔 우리에게도 휴가란 개념이 거의 없었다. 이따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달씩 하계 휴가를 보내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런 휴가도 있나 하고 의아해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위직이든 아니든, 대기업이든 아니든 너나 할 것없이 휴가를 다녀온다. 이른바 '바캉스'철이라 해서 한 여름 도시가 텅텅 비는 현상을 목도하곤 한다. 도심 도로가 한산하고, 출퇴근길 그리도 비좁던 전철이 어느날 갑자기 헐렁한 것을 보면서 비로소 바캉스 놀이에 모두들 떠났구나 하고 느낄 때도 있다.

 

헌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의 위기 속에 그 흔한 휴가를 취소했다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면서, 휴가는 뭐고, 휴식은 뭘까 하는 다시 생각해보게도 된다.
 
대통령의 휴가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전국 내노라할 곳에 별장을 지어 삼엄한 경계속에 일반인들과 완전 배타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하였던 적이 있다. 중부권에 대청댐 속에 있는 청남대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도 모두 일반에 공개돼 평소 즐겨 찾는 곳이 된지 오래다. 군위주의가 사라진 뒤의 모습이다.

 

대통령이라 해서 무한히 오래 슬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대통령은 평화시나 위기시나 가릴 것없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과, 영토 보존의 고귀한 헌법적 책무를 진다. 한 순간도 한가롭거나 한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이 휴가를 안가겠다고 했다가 제주도로 휴식을 떠난 것이 논란이되고 있다. 국가가 위난에 처했을 때 휴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을 것이거니와, 뒤로 미뤘다가 간다고 해서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휴가 취소’로 온갖 생색을 내던 문재인 대통령이 주말을 이용해 제주도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국민이 생각하는 휴가의 개념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공식 일정 없이,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며 지인을 만나는 것이라면 휴식이면서 휴가일 수 있는 것이다. 휴가를 간다고 했다가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중러 영공침범, 북한의 핵문제 해결은 뒤로한 채 중단거리 미사일 도발과 대남 경고 같은 안보 상황에서 한가롭게 여행이나 가냐는 비난을 들을까봐 '취소'를 강조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휴가를 휴가’라고 말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면 참 불쌍하다. 외교, 안보, 경제 파탄 속에, 국민의 삶이 백척간두에 놓여있을때 휴가 떠나지 못해 얕은 술수를 쓴 것이었다면 그건 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매사가 그렇다. 인사든, 안보든, 경제든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처리한 뒤 그때 휴가를 떠나도 늦지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사태를 잘 처리한 대통령으로 하여금, 당당하게 휴가를 떠나보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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