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이 만드는 폭력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9/02/04 [11:37]

당신의 일상이 만드는 폭력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9/02/04 [11:37]

 

‘팜유’가 ‘전방위적’으로 당신의 삶에 사용되는 이유는 ‘값이 싸기’ 때문이다. ‘팜유’의 값이 싼 이유는 약탈과 폭력, 파괴와 훼손을 통해 손쉽게 생산할 수 있어서다.    <사진 = 환경운동연합 제공>

 

아침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한다출근 뒤 업무를 본다점심시간이 되자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디저트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점심을 먹은 뒤 피곤이 몰려온다초콜릿 등으로 잠을 쫒아 본다. 6시 퇴근이다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 뒤 빨래와 청소를 시작한다.

 

위의 생활이 당신의 일과와 비슷한가그렇다면 당신은 온 종일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식물성 유지인 팜유와 함께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팜유는 과자아이스크림초콜릿라면 등 각종 식품은 물론 세제비누화장품바이오연료에까지 쓰이는 범용성 원료다다른 말로 하면일상생활을 하면서 팜유를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팜유가 전방위적으로 당신의 삶에 사용되는 이유는 값이 싸기’ 때문이다. ‘팜유의 값이 싼 이유는 약탈과 폭력파괴와 훼손을 통해 손쉽게 생산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내 삼성물산, LG상사, 포스코대우, 대상그룹 등을 비롯해 한국계 기업인 코린도가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탄소 발생

팜유의 세계 최대 생산국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다. 국내 기업이 진출한 곳은 대부분 인도네시아로, 현재 전 세계 팜유의 40% 이상을 생산한다.(말레이시아에서도 40% 가까이 팜유가 생산됨)

 

대부분 팜유 생산을 위해 진출한 기업들은 경작지를 활용하지 않았다. 열대우림이나 이탄지를 파괴하면서 팜유 플랜테이션은 건설된다.

 

순서는 이렇다. 먼저 직사각형 모양의 도로를 내 벌목에 필요한 중장비가 오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벌목을 통해 가치가 있는 나무를 얻고 나면, 불필요한 식물들의 뿌리가 제거된다. 그리고 토지정리라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중장비가 아닌 화재를 이용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불을 사용한 토지정리 사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동안 화재로 인한 심각한 공기 오염이 발생했다. 열대우림은 1당 평균 248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고, 이탄지의 경우 일반 산림의 18~28배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 저장고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배출, 환경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일에 국내기업인 포스코대우와 한국계 기업인 코린도 그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팜유경작지와 관련해 불타는 낙원(Burning Paradise)’이란 문서를 작성한 에이드인바이런먼트(Aid Environment)’에 따르면 2013~ 2015년에 코린도 그룹의 산림 이용 허가지 안에서 화재가 최소 894건 발생했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파푸아 섬의 코린도 그룹 계열사 PT PAL(Papua Agro Lest) 농장에서는 도로를 따라가는 화재 패턴을 포착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PT TSE(Tunas Sawa Erma) 농장에서는 20153월부터 12월 사이에 토지 정리 작업이 개시된 뒤 몇 달이 지나면 화재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역시 코린도 계열사인 PT BCA(Berkat Cipta Abadi) 농장에서도, 팜 야자 재배지가 화재 발생 영역으로 확장되는 경우를 관찰하기도 했다.

 

독일의 유명 환경 감시 블로그인 네츠프로이엔(Netzfrauen)’도 최근 지난 20172월 현재 포스코대우는 36000크기의 바이오 인티아그린도(Bio IntiAgrindo) 열대우림 가운데 워싱턴 DC보다 더 넓은 23000의 면적을 개간했다면서 이 속도로 계속된다면 포스코대우는 2019년 말까지 전체 열대우림을 지도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토지정리 작업이 화재가 이뤄지면서 열대우림이나 이탄지 안에서 살아가던 많은 동식물들도 피해를 입는다. 식물들은 토지정리 작업과 화재로 사라지고, 동물들은 생활터전을 잃는다. <사진 = 환경운동연합 제공> 

 

다양한 생명종들이 받는 위협과 수질오염

토지정리 작업이 화재가 이뤄지면서 열대우림이나 이탄지 안에서 살아가던 많은 동식물들도 피해를 입는다. 식물들은 토지정리 작업과 화재로 사라지고, 동물들은 생활터전을 잃는다. 대표적인 종이 오랑우탄과 코끼리, 코뿔소다. 특히 오랑우탄의 경우 토지정리 작업 중 화마에 휩싸여 목숨을 잃는 모습이 한 방송 카메라에 포착돼, ‘팜유의 어두운 이미지로 각인된 바 있다. 코뿔소 역시 과거와 달리 현재 1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설사 살아남았더라도 안전하지 않다. ‘팜유나무 자체가 물을 많이 먹는 식물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토지정리 이후 수로를 바꾼다. 토지정리로 사라진 열대우림과 이탄지는 해당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많은 강수량을 수용할 수 없다.

 

또한 바뀐 수로는 농장에서 나오는 온갖 폐수로 오염된다. 산림을 잃어 이 지역은 과거와 달리 토양의 침식·홍수·산사태 등이 자주 발생하게 되고, 오염된 물은 살아남은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결국 살아남은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마을로 내려온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마을 사람들과 밀렵꾼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앞서 밝힌바와 같이 팜유 농장 자체는 많은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팜유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나무 한 그루당 약 90L의 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과육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물줄기 흐름을 변경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때 농약 등의 화학약품이 처리된다. 이것이 모두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대표적인 피해 지역이 인도네시아 비안(Bian)강이다. 비안강은 과거 원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하지만 팜유 농장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화학약품과 독성물질 등으로 인해 원주민들이 질병에 노출됐다.

 

김혜린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 국제연대 담당 활동가는 이와 관련해 팜유 생산 과정에서 제초제, 농약 등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 곳의 주민들은 동네 호수에서 물 떠다 먹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정화 시스템을 제대로 설치하지도 않고 독성물질을 버리고 있다. 식수 대신 생활용수로 사용하려고 해도 피부병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토지분쟁

기업들이 팜유 농장의 대규모 운영 문제는 이것 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달리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다. 특정 지역에 기존에 오래 살았던 주민들의 그 토지에 대한 관습적 권리, 소유를 인정해 주는 문화(Customary Right)가 존재한다.

 

하지만 따라서 기업이 선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개발을 착수할 때 거쳐야 하는 지역주민 사전동의(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 FPIC)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FPIC 절차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 코린도와 포스코 대우도 마찬가지였다.

 

김 활동가는 네덜란드로부터 해방된 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외투자자들에게 라이센스를 무작위로 발급했다. 국가가 강제로 지역 주민 땅을 강제로 기업들에게 바쳤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특유의 불투명한 행정성과 부정부패가 결합하면서 기업들이 봉건시대의 영주같이 토지를 독점하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사회환경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지역주민의 삶을 파괴했다. 평생을 숲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소농으로 살아가던 주민들은 팜유 플랜테이션이 들어서면서 이주를 해야했다. 토지 소유권 분쟁 때문에 그 지역에서 취업은 불가능하다면서 경찰 공무원에 토지 소유권을 주장이라도 하면 구금 당하고 플랜테이션 주변에는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보초를 서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들은 결국 수세대가 살아간 고향을 버리고 낯선 섬으로 이주, 저임금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필요하다

김 활동가는 팜유 농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관련해 팜유가 다른 유지들에 비해 매우 값이 싸다. 또 식물성 유지임에도 포화지방을 많이 가지고 있어 고소하다. 싼데 맛까지 있는 기름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저렴한 이유는 기업들이 사회적 비용을 전혀 치루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기름이 싼 배경에는 너무나도 쉽게 자연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숨어있다. 그 지역의 어떤 사람들과 나무, 생명체들이 수천년 살았든 말던 푼돈 주고 갈아버리고 만들 수 있는 기름이 팜유라면서 기업들이 쉽게 베어버리고 태워버린 자연의 가치는 감히 돈으로 환산이 안된다. 만약 비슷한 이유로 한국의 문화보존적 가치가 높은 곳에 같은 이유로 팜유 플랜테이션이 들어온다고 한다면 과연 우리가 이 같이 폭력적인 산업을 용인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심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선택할 때가 온거다. 팜유가 들어간 500원 짜리 비누를 사용할 것인가 팜유를 사용하지 않은 1만 원 짜리 비누를 사용할 것인가라면서 기업은 물론 사람들의 인식, 생활습관 자체가 변해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 본인들이 먹고 사용하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 질문을 해야 한다. 팜유 자체만 보이콧 한다기보다 그 물건이 담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맥락을 보고 스스로 어떤 소비를 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코린도가 소유한 팜유농장의 모습 <사진 = 환경운동연합 제공> 


<
김혜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와의 인터뷰 내용>

 

팜유 플랜테이션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도네시아에는 독특한 생태계가 많다. 대표적으로 이탄지가 있다. 열대림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25%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탄지는 일반 산림의 18~28배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보유하고 있다. 말 그대로 '탄소 창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탄지는 물이 차있는 습지대이기 때문에 곧바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배수를 시키고 불을 지른 땅에 팜 나무를 심는다. 썩은 식물이기 때문에 비옥하고 불이 정말 잘 붙는다. 그 자체 만으로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어마어마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 부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해 인도네시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국보다 높았다.

 

전 세계 팜유 생산의 80% 이상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나온다. 이 중 인도네시아가 절반 정도 차지한다. 이 중 인도네시아 내 팜유 농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도네시아 팜유 플랜테이션에 한국기업들이 다수 진출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말레이시아 노동자들은 플랜테이션 노동을 3D(Difficult, dirty, dangerous·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산업)이고 저임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런 곳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반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사정이 다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헌법과 건국이념에 땅의 소유권을 공동체에 부여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이를 관습적 권리라고 한다. 공동체가 한 땅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네덜란드로부터 해방된 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외투자자들에게 라이센스를 무작위로 발급했다. 국가가 강제로 지역 주민 땅을 강제로 기업들에게 바쳤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특유의 불투명한 행정성과 부정부패가 결합하면서 기업들이 봉건시대의 영주같이 토지를 독점하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정착됐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사회환경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지역주민의 삶을 파괴했다. 평생을 숲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소농으로 살아가던 주민들은 팜유 플랜테이션이 들어서면서 이주를 해야했다. 토지 소유권 분쟁 때문에 그 지역에서 취업도불가능하다. 경찰 공무원에 토지 소유권을 주장이라도 하면 구금 당하고 플랜테이션 주변에는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보초를 서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들은 결국 수세대가 살아간 고향을 버리고 낯선 섬으로 이주, 저임금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살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말레이시아 내 팜유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민들 중에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아주 많다.

 

또한 인도네시아에는 파푸아뉴기니와 가까운 곳에 '파푸아'라는 섬이 있다. 이곳은 아시아 지역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지역에서 볼 수 없는 생물다양성군들이 존재한다. 호주랑 가까워서 캥거루도 살고 오랑우탄도 산다. 거의 일류 최대의 열대림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다. 독보적인 생태적 가치 때문에 국내외 환경보호단체에서 파푸아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 한국계 기업 코린도와 포스코대우의 팜유 플랜테이션이 있다.

 

서식지가 사라진 호랑이가 굶주림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까지 내려왔다가 잔인하게 사살됐다는 기사도 봤다.

팜유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오랑우탄, 코끼리, 캥거루 등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사라지고 있다. 보르네오섬 같은 경우 16년 사이에 10만 마리의 오랑우탄이 사라졌다. 화전을 미처 피하지 못해 불에 타 죽는 경우도 있다. 수마트라는 예전부터 코뿔소로 유명했지만 현재 100마리도 남지 않았다. 생물다양성 손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수질오염도 심각하다고 들었다.

팜 나무 자체가 물을 많이 먹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주민들이 수자원으로 사용해오던 우물과 지하수, 하천을 끌어오기 위해 물길을 바꾼다. 그리고 열대림 자체가 비가 많이 오는데 농장을 짓겠다고 나무를 베다보면 토양이 침식된다. 그러면 강에 퇴적물이 쌓이고 홍수와 산사태, 가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팜유 생산 과정 중 제초제, 농약 등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이 곳의 주민들은 동네 호수에서 물 떠다 먹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정화 시스템을 제대로 설치하지도 않고 독성물질을 버리고 있다. 식수 대신 생활용수로 사용하려고 해도 피부병이 걸리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팜유 플랜테이션을 환경오염, 생태계파괴 문제 등이 많음에도 계속 실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팜유는 다른 유지들에 비해 매우 값이 싸다. 또 식물성 유지임에도 포화지방을 많이 가지고 있어 고소하다. 싼데 맛까지 있다. 그러나 이 같이 비정상적으로 기름이 싼 배경에는 너무나도 쉽게 자연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숨어있다. 그 지역의 어떤 사람들과 나무, 생명체들이 수천년 살았든 말던 푼돈 주고 갈아버리고 만들 수 있는 기름이 팜유다. 기업들이 쉽게 베어버리고 태워버린 자연의 가치는 감히 돈으로 환산이 안된다. 만약 비슷한 이유로 한국의 문화보존적 가치가 높은 곳에 같은 이유로 팜유 플랜테이션이 들어온다고 한다면 과연 우리가 이 같이 폭력적인 산업을 용인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영국 BBC 등 외신에 소개된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보고서에 따르면 팜나무 농장을 조성하면서 열대우림에 살고 있는 190여종 이상의 동식물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다른 작물을 심으면 이보다 9배 이상의 면적이 필요해 사실상 팜나무 금지가 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결론에 대한 전제는 우리는 식물성 유지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다른 글로벌 환경보호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팜 농장을 짓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있는 사업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사실 이 주장도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불공정하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팜유의 80%가 세계시장으로 간다. 이 중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팜유는 20%에 불과하다. 80%의 다른 나라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기 위해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모든 피해를 입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자신들이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면서 팜유 생산이 늘었다는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인지하고 최근 수송용에 쓰이는 바이오디젤에서 팜유를 제외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회는 점점 우리가 팜유를 쓰는 것은 범죄와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범죄'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UN은 최근 개개인의 생활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어떠한 노력을 하더라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 말은 자동차를 덜 타도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더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도 상승은 막기 힘들다는 얘기다. 팜유도 이 중 하나다.

 

팜유는 80% 식용으로 20%는 산업용으로 쓰인다. 결국 우리가 먹는 것과 입는 것과 관련있다. 이 중 먹는 거라면 라면, 도넛츠, 초콜렛, 과자에 많이 쓰인다.

 

인도네시아에서 수십년 환경보호활동을 한 친구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친구가 하는 말이 '하루에 아이스크림 2개 먹을 거 1개 먹어라'였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아이스크림 하나 안 먹는다고 해결된다고? 의문이 들었지만 이와 관련된 캠페인을 3년 정도 해보니 결국에는 우리가 먹고 싶은 것과 사용하고 싶은 것을 덜 먹고 덜 사용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포스코대우는 세계 5위 연기금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로부터 투자철회 통보를 받았다

그들은 참을 수 없던 것이다. 왜 우리의 돈이 열대림을 부수고 지역주민들 괴롭히는데 들어가야하는거지? 윤리적으로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연금기관에 요구하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우리나라 포스코의 최대주주도 국민연금이다. 포스코대우는 팜유 농장 말고도 다른 나라에서 자원개발사업하면서 엄청난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이다. 네덜란드 사례를 보면서 국민연금에게 도대체 뭐하냐고 되묻고 싶다. 국내 혹은 해외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사업장에서 범죄라고 할 정도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 아느냐고.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일어나면 국민연금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우리는 연금을 얘기할 때 '내가 나이 들었을 때 과연 돈을 받을 수 있을까?'만 두려워할 게 아니라 우리의 돈으로 운영하는 연금기관이 도대체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야 한다.

 

과자나 라면 뒷면에 식품첨가물 이름을 보면 팜유를 정제팜유, 팜올레인유, 야자경화유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해 놨다. 팜유 불매를 하고 싶어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본다.

팜유는 기상천외한 곳에 쓰인다. 글리세린 원료이기도 해서 대부분 화장품 업계에서 사용한다. 또 모두 '팜유'라고 표시하지도 않는다. 식품으로 화장품으로 다양한 곳에 사용되지만 성분표기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서 소비자들은 모를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국회의원들에게 팜유 사용 실태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팜유는 대부분 식용이고 유해화학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 들여오는 과정에 등록은 하지만 어느 한 부서에서 관리하지 않아 수치 추적이 어렵다. 사실상 왠만한 제품에 들어가 있고 가격도 싸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모두 피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한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만, 하루에 2개 과자 사먹을 것 1개로 줄이는데 동참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팜유 불매, 팜유 절대 안 돼라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주고 싶지 않다. 이는 소비자 운동으로 가기 힘든 싸움이다. 생산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절대 변할 수 없다.

 

인류 마지막 열대림과 원주민의 문화와 전통, 진귀한 동식물을 지키며 지속가능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 무엇일까.

양심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선택할 때가 온거다. 팜유가 들어간 500원 짜리 비누를 사용할 것인가 팜유를 사용하지 않은 1만 원 짜리 비누를 사용할 것인가. 기업은 물론 사람들의 인식, 생활습관 자체가 변해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 본인들이 먹고 사용하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 질문을 해야 한다. 팜유 자체만 보이콧 한다기보다 그 물건이 담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맥락을 보고 스스로 어떤 소비를 할 지 결정해야 한다. 식품성분표에서 식물성유지라고 쓰여져 있으면 이건 팜유일까, 해바라기씨유일까 궁금해하는 식의 관심이 필요하다.

 

2003년 여러 기업과 환경 단체 등에서 팜 오일 생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RSPO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팜 오일을 얘기한다. 지속가능한 팜 오일이 가능한 일인가.

이미 생태계는 많이 파괴됐다. 팜유 산업 자체가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지속가능한 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해한다. 우리 삶에 샴푸와 치약, 식용유가 당장 없어지면 불편하다. 그러면서도 내가 사용하는 이 제품들이 그나마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만들어졌고 지속가능하길 바란다. 지속가능한 팜 오일은 없다. 지속가능한 플라스틱이 없는 것 처럼.

 

환경운동연합은 포스코대우에 NDPE정책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NDPE가 무엇인가. 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 Policy, 산림과 이탄지 파괴 금지와 원주민 노동 착취 없는 팜유생산이라는 뜻의 정책이다. 현존하는 산림파괴금지정책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내용이다. 9페이지 분량의 정말 당연한 얘기들만 적혀있다. 산림과 이탄지를 파괴하지 않겠다. 그곳에 사는 지역주민들 괴롭히지 않겠다, 아동 노동 금지한다 등이다. 기업들이 팜유 생산을 하되 이런 내용들을 준수하겠다는 국제적인 약속이다. 이를 채택할 경우 저희 같은 단체가 모니터링 할 수 있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의 경우 NDPE를 채택한 회사들을 모니터링해서 평가보고서를 펴낸다. 그러나 포스코대우를 비롯한 한국기업들은 몇 년 째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절대 수용하지 않고 있다.

 

NDPE정책은 법적구속력이 있는 정책인가.

없다. 그러나 채택한 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약속해놓고 왜 이행 안 해? 얼마만큼 했어?"라고 질문하고 감시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정기적으로 회의하고 자료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마켓의 팜유 공급처들은 90%가 채택했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시작 조차 안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오죽하면 네덜란드 연기금은 포스코대우로부터 투자철회를 결정하면서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얘기했다. 포스코대우의 경우 2017년 말부터 인도네시아 산림파괴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신규부지 산림개발 모라토리엄(Moratorium)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포스코대우는 얼마전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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