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를 반대한다”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9/01/07 [16:40]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를 반대한다”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9/01/07 [16:40]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제공>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기존 최저임금결정위원회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 위원회’와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분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전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동 현안을 사회적 대화로 풀자는 기존 정부 주장과 달리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은 핵심 당사자인 노동계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7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결정기준은 고용수준·경제상황·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명시적으로 추가해 보완하고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할 전문가 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어 “초안은 국제노동기구(ILO) 국제기준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추가·보완함으로써 노동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 상황이 보다 균형 있게 고려될 수 있도록 논의했다”면서 “결정기준을 토대로 통계분석·현장 모니터링 등을 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이 설정될 수 있도록 했다.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의 추천에 있어 정부 단독 추천을 폐지하고 국회 또는 노사와 추천권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에 따라 그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반복돼왔던 소모적인 논쟁들이 상당부분 감소될 것”이라며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최저임금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최저임금 개편 초안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의 상·하한 구간을 결정하면 노사와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가 그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인 최저임금 결정을 노사 당사자가 아닌, 사실상 정부가 좌우하는 전문가들이 사실상 결정한다는 점이다.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상당 부분 개입하는 기존 최저임금위원회조차도 구조 개편 요구가 잇따랐다는 점을 돌이키면, 이번 이원화 방안은 노사 참여를 배제하고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노골적으로 뜻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정부 발표와 관련해 “전문가를 내세워 정부가 최저임금을 사실상 결정하고, 노사 당사자는 최저임금 결정에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발상”이라면서 “최저임금 제도는 한번 변경하면 다시 바꾸기 어렵다. 500만 저임금 노동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바꾸려면 충분한 대화가 필수다. 만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노정 관계는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노총 역시 입장문을 내고 “전문가들이 미리 구간을 설정하는 것은 노사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고 정치권이나 정부의 입김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면서 “(이원화될 경우)노·사·공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하고 만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도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정부 발표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가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최저임금을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상·하한가를 결정된다. 지금까지 이 구간 결정을 쉽게 하지 못했던 것이 연구자료나 관련 통계가 부족해서 아니라 정부나 사용자나 노동자들의 정책적 방향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갑자기 느닷없이 별도의 전문가들이 결정한 뒤 나머지는 남은 사람들이 알아서 결정해라는 발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문제 핵심은 전문가 구성이 아니다. 별도의 구간 설정 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최저임금의 상한을 규정짓겠다는 것에 문제제기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 올릴 것이냐는 결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어 왔다. 이는 정책방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최저임금 상향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른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긍정적인 지표도 나타났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수가 줄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면서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악영향이 나타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게 맞지 여론을 의식해서 정책 자체를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의 결정은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입지를 축소시키려는 의도”라면서 “최저임금을 30년 동안 결정하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표해왔다. 기존의 최저임금 결정 메커니즘 역시 노동계가 발언하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사용자 측 발언을 내놓을 단체들을 법으로 명문화해 참여시킬 경우 입지는 더 축소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를 역행하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최저임금협약을 비준한 이후로, ILO 권고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과 최저임금제도 변경에 노사 당사자가 직접 참여한다는 원칙 아래 최저임금 등을 논의해왔다.

 

김 대변인은 “우리나라가 2000년에 비준한 ILO최저임금협약은 권한 있는 노사대표가 최저임금 및 최저임금결정에 참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면서 “즉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표들이 최저임금에 대해 방향을 설정하고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해야 하는데 구간 설정은 별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설정하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은 ILO권고보다 훨씬 후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언론에다가 ‘우리 내용은 이렇다라고 던지고 답은 이거니까 어찌할거냐’라는 식의 태도는 불합리하고 예의가 아니”라면서 “만약 개편이 필요하다면 기존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논의를 해야한다. 노사위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과의 인터뷰>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 

두 가지 이유다. 홍남기 부총리가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최저임금을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상·하한가를 결정된다. 지금까지 이 구간 결정을 쉽게 하지 못했던 것이 연구자료나 관련 통계가 부족해서 아니라 정부나 사용자나 노동자들의 정책적 방향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섭을 통해 논의하고 토론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느닷없이 별도의 전문가들이 결정한 뒤 나머지는 남은 사람들이 알아서 결정해라는 발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입지를 축소시키려는 의도다. 최저임금을 30년 동안 결정하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표해왔다. 기존의 최저임금 결정 메커니즘 역시 노동계가 발언하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사용자 측 발언을 내놓을 단체들을 법으로 명문화해 참여시킬 경우 입지는 더 축소될 것이 분명하다.  

 

최저임금 개편안에 대해 '재계 입장이 반영된 최저임금 제도 개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전문가가 누구로 구성되는지도 모르는데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 핵심은 전문가 구성이 아니다. 별도의 구간 설정 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최저임금의 상한을 규정짓겠다는 것에 문제제기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 올릴 것이냐는 결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어 왔다. 이는 정책방향의 문제다. 사용자, 노동자 각각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주장을 해왔고 교섭을 해왔다. 이것은 통계, 연구 자료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는가.

공감하지 않는다. 우선 최저임금이 오른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긍정적인 지표도 나타났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수가 줄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는 저임금 노동자 뿐만 아니라 그 위에 있는 중소상공인, 수직계열화되어있는 시장문제, 지나치게 많은 영세상인들의 소득 또한 올릴 수 있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악영향이 나타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을 뿐더러 큰 정책적 방향은 저임금 노동자를 비롯해 영세상인들의 소득을 올려야 하는 방향이 맞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게 맞지 여론을 의식해서 정책 자체를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ILO최저임금협약 권고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2000년에 비준한 ILO최저임금협약은 권한 있는 노사대표가 최저임금 및 최저임금결정에 참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즉,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표들이 최저임금에 대해 방향을 설정하고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해야 하는데 구간 설정은 별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설정하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은 ILO권고보다 훨씬 후퇴한 것이고 그 취지에도 맞지 않다. 

 

개편방안 즉각중단 외 요구하는 조건이 무엇인가

정부가 언론에다가 우리 내용은 이렇다라고 던지고 답은 이거니까 어떻할래?라는 식의 태도는 불합리하고 예의가 아니다. 만약 개편이 필요하다면 기존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논의를 해야한다. 노사위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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