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권 보장은 인권 문제다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12/30 [16:32]

주거권 보장은 인권 문제다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8/12/30 [16:32]

 

▲ 홈리스 개념은 노숙인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숙인을 포함한 홈리스 문제의 접근은 ‘적절한 주거가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하고 이것의 근복적 해결책은 ‘주거 보장’이 되야 한다. <사진=무료 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1

노숙인은 이슬을 맞고 잠을 자는 사람을 말한다.

A라는 인물은 이슬을 맞고 잠을 자는 사람이다

A는 노숙인이다

 

#2

홈리스는 적절한 주거가 없는 이다

A라는 인물은 적절한 주거가 없다

A는 홈리스다.

 

#12의 결과

A가 적절한 주거없이 이슬을 맞고 잠을 잔다면 노숙인이자 홈리스다.

A가 적절한 주거없이 이슬을 맞지 않고 잠을 잔다면 노숙인은 아니다.

A는 홈리스지만 노숙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거리에서 인생을 마치는 소외된 이웃이 서울에만 한 해 20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홈리스행동 제공>


홈리스와 노숙인

홈리스 개념은 노숙인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숙인을 포함한 홈리스 문제의 접근은 적절한 주거가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하고 이것의 근복적 해결책은 주거 보장이 되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노숙인복지법)’에서 노숙인을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고시원이나 여관, 다중이용업소(만화방, PC방 등)같이 불안전한 거처에 거주하는 이들이 정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건복지부는 노숙인의 숫자를 약 17천여 명으로 추산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홈리스, 즉 고시원, PC방 등 주택 이외에 거처하는 가구37만 정도로 판단한다.

 

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이와 관련해 실제로 거리에 있는 분들이 계속 거리에 있지는 않는다. 돈이 조금 생기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찜질방이나 만화방 등을 찾는다. 이런 분들은 정부 실태조사 때 노숙인 등에 포함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한다.

 

관련 조치 역시 노숙인복지법이 노숙인 등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못한다. 현재 서울지역 내 임시주거지원사업 운영기관들은 노숙인들에게 쪽방이나 고시원 등 임시주거 사업을 제공하며 거리에서 잠자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서약 받는다. 단순히 정부는 노숙인복지법을 통해 노숙인 일부를 이슬을 맞지 않고 잠을 자게 만들어 홈리스로 만든다. 거리에서 생활하지 않게끔만 하는 미봉책인 것이다.

 

형진 활동가는 현재 서울시에서 고시원이나 쪽방 등에서 2~3개월 동안 머물 수 있도록 일종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매년 600명 정도가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는 추가 예산으로 8~900명 정도가 임시주거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하지만 이는 말그대로 임시적 해결일 뿐 이를 통해 홈리스의 주거권이 근본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고시원, 비닐하우스, 쪽방촌, 판잣집, 숙박업소 등 비주택에 거주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자들 대부분은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고 답했다. <사진=뉴시스 제공>  

 

▲비닐하우스, 판자촌, 고시원 등 이른바 비주택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은 전국적으로 37만 가구에 달한다. <사진=홈리스행동 제공>

 

홈리스의 삶

그렇다면 이 같은 홈리스의 삶은 노숙인의 생활보다 많이 나아질까? 답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고시원, 비닐하우스, 쪽방촌, 판잣집, 숙박업소 등 비주택에 거주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자들 대부분은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고 답했다.

 

심층면접에 참가한 박모(33)씨는 고시원에 살면서 공항장애를 얻었다. 그는 창문도 없는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답답함을 느꼈다.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옆방의 대화소리를 듣는다. 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에 사는 홍모(68)씨는 태풍이 오면 지붕이 움직이는 게 보일 정도로 집이 위험하다마을에서 1년에 한두 번은 꼭 불이 나 집에 들어가면서 연기가 나지는 않는지 하늘부터 보는 게 습관이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조사자들은 고시원과 쪽방촌·비닐하우스 등에서의 생활이 범죄 등에 쉽게 노출된다고도 말한다.

 

윤모(32)씨는 답답한 생활을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런 문제와 좁은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큰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여성들은 성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담당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은 조사 대상 주거 형태 대부분에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으나, 현재 한국사회의 주거복지는 쪽방’, ‘고시원등으로 비주택 형태를 분절해 접근하고 있어 실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누구나 주거권을 이야기하지만, 언론도 정부도 늘 재산권이나 부동산으로서의 주택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홈리스 등의)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형진 활동가 역시 결국 문제는 주거권을 확보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정책이 전무한 상황도 아니다. 형진 활동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쪽방,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본격화됐고 2010년 정책 대상에 고시원 및 여인숙 거주자를 포함하는 주거취약계층용어가 공식화됐다. 또한 2011년부터 홈리스를 포함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운영되면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임대주택(’은 쪽방고시원숙박업소 등 비주택 거처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을 대상으로, 다른 임대주택에 비해 저렴한 보증금 50만 원에 시세의 약 30% 월세로 입주 가능하다.

 

문제는 공급물량이 적다는 것이다.

 

형진 활동가는 “2007년부터 20184월까지 공급된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은 6700호에 불과하다. 공급량이 1년에 고작 600~700호 수준이라면서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37만이라는 현실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구 중 공공주택 입주 의사가 있는 가구는 60.7%에 달하지만 주거복지를 이용해본 가구는 5.7%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등 해외에서는 창문이 없어도 주거공간으로 허락하지 않는다. 최소면적이라든가 소음방지, 제반 시설 전반을 살피는 규정이 있다면서 정부는 물론 언론 등이 주택을 주거권의 영역이 아닌 재산권의 영역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와의 인터뷰 내용>

 

홈리스 관련 통계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기관마다 차이가 있다.

홈리스를 주거권 관점에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홈리스를 대상으로 하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 등의 복지법)이 있다. ‘노숙인복지법에서 노숙인을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고시원이나 여관, 다중이용업소(만화방, PC방 등)같이 불안전한 거처에 거주하는 이들이 정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복지부 실태조사에서 노숙인 등은 약 17천여 명에 불과하다. 반면 국토교통부의 경우 고시원, PC방 등 주택 이외에 거처하는 가구37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홈리스는 노숙인 뿐만 아니라 어느 선까지 포괄적으로 정의하는지.

홈리스는 말 그대로 홈(home)이 없는 사람, 적절한 주거가 없는 사람이란 정의가 가장 정확할 것 같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포함해 노숙인 시설, 다중이용업소(고시원, 쪽방, 만화방, PC방 등)같이 불안전한 거처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이 홈리스에 해당된다. 핀란드의 경우 친척집에 잠시 거주하는 사람 역시 홈리스로 분류한다고 한다. 실제로 거리에 있는 분들이 계속 거리에 있지는 않는다. 돈이 조금 생기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찜질방이나 만화방 등을 찾는다. 이런 분들은 정부 실태조사 때 노숙인 등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조건을 법적으로 정한 기준이 주택법의 최저주거기준이다. 그러나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에 사시는 분들은 주택법 적용을 못 받는다. 이들은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가.

주영수 한림대학교 교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300여명의 노숙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거의 하루에 한 명 꼴로 숨진 것이다. 주로 손상, 중독, 외인성 질환으로 사망한다. 그러나 의료인들은 이 질병들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죽지 않아도 되는 병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안전하지 않고 깨끗하지 않은 공간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삶과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또한 올해 8월 서울시가 동자동 쪽방촌에 무료 빨래방을 개소했지만 현재 운영이 멈춘 상태다. 세탁기가 작동하니까 건물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노숙인 시설은 군대 내무반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각한 형태의 폭행이 아니더라도 권력관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어떤 분은 괴롭힘에 시달려서 시설에서 뛰쳐나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시설 면적이 고시원 보다 넓고 쾌적하다고 할 수 도 없다.

 

서울시는 홈리스를 대상으로 임시주거비지원 사업을 실행 중이다. 이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가.

현재 서울시에서 고시원이나 쪽방 등에서 2~3개월 동안 머물 수 있도록 일종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매년 600명 정도가 혜택을 받고 있다. 올해는 추가 예산으로 8~900명 정도가 임시주거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래도 임시지원일 뿐이다. 올해 2월 서울시는 임시주거지원으로 노숙인 82%가 노숙에서 탈출했으며 주거지원 종료 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과연 고시원이 안전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인가 묻고 싶다. 한국도시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고시원의 81.2%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며 서울에만 51.7%가 존재한다. 서울에서도 고시원이 밀집된 지역은 관악구, 동작구, 중구 등 도심권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시원에 거주하는 이유는 저렴한 주거비와 통근·통학에 좋은 위치 때문이다. 창문도 없고 문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불이라도 나는 경우 동시에 나갈 수 없는 위험한 공간이라는 것을 여기에 사는 분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위 말하는 비주택에 거주하는 거다. 이는 빈곤의 문제다.

 

홈리스 문제와 관련해 단체가 정부에 요구하는 조건이 무엇인가.

우선 홈리스와 관련된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노숙인 등과 같이 모호한 용어가 아니라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홈리스’, ‘비주택거주인’, ‘주거취약계층등 여러 표현이 있지만 어떤 단어라도 상관없으니 주거권을 박탈당한 사람, 불안정하고 위험한 곳에 사는 사람이란 의미를 담는아야 한다. 이런 정의에 입각해 이들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로 비주택에 대한 별도의 최저주거기준이 필요하다. 2015년 기준으로 150~160만 가구가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공간에 산다고 한다. 만약 비주택 가구까지 포함되면 200만 정도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최저주거기준을 모든 비주택 가구에 적용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순 없다. 비주택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제재를 둬야한다. 비록 집 아닌 집에 거처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최소 인간다움을 보장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빠른 시간 내의 주거상향이다. 현재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국토부에서 실행하는 사업이 있다. 3개월 이상 쪽방, 비닐하우스 등에 거주한 사람에 한 해 전세임대, 매입임대 형태로 온전한 거처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토부는 전체 전세임대, 매매임대 물량의 15%를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 지침대로라면 최소 1년에 6000호 정도 공급해야 하지만 주거취약계층이 공급받은 물량은 매년 평균 1000호 정도다. 주거취약계층이 37만여 명이라고 하는 현실에 비해 공급 물량이 너무 적다.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수도권에서 외곽으로 쫓겨나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홈리스만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확대되면 특혜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홈리스들의 안정된 주거가 보장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지금과 같은 생활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부동산의 나라라고 불리는 만큼 평범한 분들조차도 집하나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당장 삶과 죽음이 가까운 사람들의 권리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거권이 없다는 것은 수많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많은 차별을 경험한다는 의미다.

 

가장 극단적인 주거권 박탈상태에 놓여 있는 거리 홈리스의 경우 거주불명등록자로 분류돼 일 할 수 있는 권리는 물론 투표권도 행사할 수 없다. 심지어 수급신청도 못한다. 수급을 받기 위해서는 행정적으로 주소지가 있어야하기 때문이고 실제로 지자체에서 임시주거비를 지원하면 고시원 등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수급권을 인정받는다.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혹자는 몸이 불편한 곳도 없는데 힘든 육체노동 대신 나라 지원 받겠다며 취업을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흔히 노숙인이라고 했을 때 떠올려지는 이미지는 많은 권리의 박탈에서 온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거리 생활로 신체적 기능은 떨어지고 더러워진 몸을 씻을 거처는 찾기 어렵고 온전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며 열악한 시설만 오갈 때 그러한 만성 홈리스가 된다. 애초에 정부가 초기 홈리스들을 단순히 지역사회에서 분리시킬 게 아니라 주거지원 등으로 확실히 개입했더라면 이 같은 만성화된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하는 말이다. 인식은 기본권이 박탈돼서 생긴 결과다. 정부는 단순히 갈등을 일으킬 요소들을 안보이게끔 가릴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는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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