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개발 사업이 만들어낸 비극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 기사입력 2018/12/28 [13:32]

대책 없는 개발 사업이 만들어낸 비극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 입력 : 2018/12/28 [13:32]

 

▲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은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 재개발지역에 주거민의 호소문 <사진=뉴시스>  

 

지난 12월3일 망원유수지 정자에서 옷과 가방 그리고 전단지 뒷면에 작성된 유서가 발견됐다. 다음날인 12월4일 한강 위로 사람이 떠올랐다. 마포구 아현2구역 철거민 박준경님이었다.

 

박준경님의 유서에는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났다.’ ‘3일간 추운 겨울밤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대책 없는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철거민들의 싸움을 통해 재개발지역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임대주택 등 그나마의 이주대책이 마련되어 왔다. 하지만 개발사업의 문제점은 여전히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아현2구역은 이주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재개발이 아닌 재건축 지역이기 때문이다. 헌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올리는 행위가 별 다르지 않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이름이 붙은 사업이냐에 따라서 같은 입장에 처한 세입자의 내일이 달라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개발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궁지로 내몰린 상황에서의 선택 

박준경님은 2008년부터 그의 어머니 박천희님과 아현2구역에서 살았다. 아현2구역은 2016년 6월 재건축 관리처분이 인가되고 사업에 착수됐다.

 

2018년 7월26일, 이례적인 폭염이 지속되던 여름날 철거용역들이 박준경님 집에 들이닥쳤다. 살면서 처음으로 마주했을 폭력이었을 것이다. 동료 철거민들이 힘을 합쳐 1차 강제집행은 막아냈지만 9월6일 강행된 2차 강제집행에서 박준경님과 박천희님은 10년 동안 살아온 집에서 거리로 내몰렸다. 덩치 큰 사람 여럿이 집에 찾아와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하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 허락 없이 집에 들어갔을 것이다. 집에 있던 박준경님과 박천희님을 강제로 집 밖으로 끌어내고 다시 그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섰을 것이다. 쫓겨난 이후에 대한 대책은 없지만 법제도가 그러하니 따르라고 무지와 폭력을 배설하는 것이 개발정책의 현재이다. 집 밖으로 끌려 나오는 상황에서 박천희님은 이불에 말려 내동댕이쳐졌다. 그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을 박준경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박준경님이 거주하던 집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이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에서 같은 금액으로 인근에 집을 구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집에서 쫓겨난 이후 박준경님과 박천희님은 서로 다른 빈집에서 기거했다.

 

그리고 서울시가 강제집행을 금지한 동절기 시작을 하루 앞 둔 11월30일, 박준경님이 기거하고 있던 빈집마저 강제집행 당했다. 강제집행 이후 ‘날이 추우니 사우나에 가 있으라’며 5만 원을 건네줬다고 한다. 그것이 박천희님이 본 박준경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박준경님은 사우나에 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3일 동안 거리를 전전하다 한강에 몸을 뉘었다. 멸시 짙은 폭력이 생존을 위협하는 위태로운 상태에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나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을 상황.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함께했을 것이다. 삶이 통제되지 않는 궁지로 내몰린 상황에서의 선택은 개인의 것일 수 없다. 박준경님을 집 밖으로 내몰고 한강에 등 떠민 것은 누구인가.  

 

마포구는 아현2구역을 비롯해 신수동, 염리동, 대흥동 등 개발구역이 많은 자치구다. 그 결과 마포구는 제2의 강남으로도 불리며 2017년 공시지가 상승률 전국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용역들이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철거민들 얼굴에 소화기를 조준해 분사하고 사람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동안 집값이 올랐다. 갈 곳 없는 철거민들을 한시 빨리 몰아내기 위해 자행하는 폭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대책 없는 살인개발 강제집행이 박준경님을 죽인 것이다. 삶의 터전에서 폭력을 가하는 용역과 용역폭력을 구입한 조합, 현장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눈감고 동조한 경찰,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허가하고 방조한 마포구청이 박준경님을 죽였다. 

 

▲ 철거민 박준경님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편지 <사진=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제공> 

 

여전히 유효한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 

한 달 뒤면 철거민 다섯 명, 경찰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10주기다. 무리한 진압으로부터 발생된 참사라는 것이 명백한 상황이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당시와 같은 살인개발 역시 반복되고 있다. 법제도가 변하고 개발정책의 방향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쫓겨나는 현실이다.

 

주거권이 명문화되었지만 집을 사는(live) 곳이 아니라 사는(buy) 것으로 치부하는 정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권리를 이윤과 동일 선상에 두고 저울질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준경님이 돌아가신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마포구청 앞에는 박준경님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분향소를 설치한 이후 구청장과의 면담을 진행했지만 고인과 유족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나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설사 대책이 마련된다 할지라도 박준경님은 살아 돌아올 수 없다. 유가족이 입은 마음의 상처 역시 온전히 치유될 수는 없을 것이다.

 

주거가 권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며 부정되어선 안 될 진실이다. 권리는 읽고 쓰고 권해지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안착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재개발사업은 일부 개선이 아니라 끝장내어야 한다. 

 

*이 글은 <민중의 소리>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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