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기업의 인권탄압, 정부가 나서야 한다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11/27 [11:43]

해외 한국기업의 인권탄압, 정부가 나서야 한다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8/11/27 [11:43]

 

▲해외 진출 한국기업의 운영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국제민주연대>

지난 200786일 필리핀 수출자유지역인 가비테. 한국 기업이 소유한 필스전 공장 노동자였던 필리핀인 노멜리타와 아로라에게 십여 명의 괴한이 들이닥친다. 괴한들은 노멜리타와 아로라를 강제로 차에 태운 뒤 테이프로 팔과 다리를 묶었다. 이들은 폭행당했고, 가비테 인근 고속도로 옆 하천에 버려졌다. 노멜리타와 아로라를 납치·감금·폭행한 이들은 경비업체 직원들이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활동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비업체는 필스전 최모 사장이 고용한 변호사가 운영하는 선포트라는 회사였고, 노멜리타와 아로라가 버려진 하천도 경비업체 인근이었다.

 

당시 법적으로 8시간 최저임금은 298페소(7500)였지만 필스전 노동자는 75% 수준인 233.5페소를 받았다. 필스전 노동자들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각 공장 라인 대표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화장실 이용시간은 단 2. 이를 넘기면 3일간 일을 할 수 없었다. 일당제로 돈을 받았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는 생활에 큰 치명타가 됐다. 결국 노동자들은 화장실을 가지 못했고, 갖은 질병에 시달렸다. 출산한지 두 달 된 한 노동자는 야근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목숨을 잃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2003년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회사는 단체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파업에 돌입하자 갖은 폭력과 탄압이 지속됐다. 천막농성을 진행하자 필리핀 당국은 농성장 진입을 막아 노동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노동자들은 끼니를 이어갈 수 없었고,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땅을 파야 했다. 이와 함께 경비업체는 M-16 등 무기를 동원해 협박했고, 노동자들을 폭행했다. 필스전 노동조합이 합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행해진 일들이었다.

 

11년 전 발생한 이 필스전 노동자에게 행해진 이 범죄는 국제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기업에 의해 또 다른 필스전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 같은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진행 중인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나이키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의류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의류공장에서 일하던 3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은 이번 나이키의 결정으로 실업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나이키를 위해 상당수의 의류 및 잡화 생산 공장을 운영한 것은 한국기업이었다.

 

이 문제로 올해 10월 한국 의류기업인 호전실업이 운영하는 가호(kaho)’ 2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다. 전체퇴직금의 절반만 받고 공장을 떠나거나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다른 공장으로 이직을 하라는 회사의 통보가 있었다. 인도네시아 노무법에 따르면 자발적 퇴사가 아닌 경우는 100% 보상금을 줘야한다. 하지만 많은 가호 노동자들은 공장이 폐쇄될 경우 한 푼도 못 받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50%만 받고 퇴사했다. 젊은 노동자들은 다른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입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퇴사를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현인터내셔널은 지난 2016년 말부터 2년 가까이 1700여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최근 현인터네셔널은 공장 건물을 담보로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은 후 경영진이 잠적했다. 최근 우리은행은 손해충당을 위해 다른 한국기업에 해당 부지를 팔았다. 이에 지난 9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우리은행 지점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현인터네셔널, 우리은행, 또 다른 한국기업이 한통속으로 자기들 임금을 떼어먹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4년 방글라데시의 영원무역(노스페이스·나이키·퓨마 등의 스포츠·아웃도어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의류업체)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제대로 적용해달라며 거리로 나섰다.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해 시위에 참여한 20세 여성 노동자가 숨졌고, 경찰 5명을 포함한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부상을 당한 노동자 딘 모하마드는 우리 손에 쥐어진 돈은 1000~1200다카(16400)뿐이었다면서 월급에서 공제하는 점심 식대가 52다카에서 갑자기 650다카로 올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이 같은 해외 진출 한국기업의 운영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 나이키 철수로 남겨진 인도네시아 한국기업 노동자들>

 

한국기업에 의한 제3국 주민들의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한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기업들이 절대갑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목소리 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무엇보다 지금은 자국 소속 기업이 해외에서 인권침해를 저질렀을 때 장소가 외국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라고 밝혔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소속 다국적기업들에게 권고 형식으로 인권, 차별금지, 기회균등, 아동노동철폐, 부패방지 및 소비자와 환경 보호 등의 문제에 관해 규율하는 기준인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이 기준에 의거 OECD 가입국들은 이 사업을 담당할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를 두어야 한다. NCP는 자국의 다국적기업들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장려하고 질의와 논의를 처리하며, 필요할 경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자체가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해당 기업이 NCP의 권고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은 결정적인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지난 2011년에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이 발표되면서 이제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받고 있다.

 

나 사무국장은 국제사회의 변화된 합의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던 G20정상회담이라면서 당시 정상회담 최종선언문을 통해 한국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 본국 정부가 인권침해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피해자들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 발전시키고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트남 야반도주 기업들에 대해서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것은 한국 정부의 당연한 책임이 되었으며, 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은 인권에 관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무시하는 행태로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8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법무부가 만들었지만 다국적기업에 관한 인권침해 문제는 주로 산업자원통상부가 전담하고 있다. 이 외에도 관련 업무가 외교부, 고용노동부 등에 분산돼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노조탄압, 공장폐쇄, 경영진 야반도주 등 현지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지만 이 문제를 책임 있게 다루는 정부 부처가 없다는 것이다.

 

나 사무국장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2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18건 정도 한국NCP에 진정을 넣었는데 조정절차가 개시된 사례가 단 2건에 불과하다면서 한국NCP는 실체 자체가 불분명할 정도로 운영이 너무 안 됐다. 선진국의 경우 최소한의 공정성을 위해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사람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한다. 하지만 정부가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1분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정도가 큰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빠르고 공정한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국무총리실이 기업과 인권기본계획 문제만 전담하는 위원회를 만들던지 담당 부처를 지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인터뷰 전문>

 

해외로 진출한 한국기업이 현지 주민의 인권 침해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한국기업의 의류업체 현인터네셔널은 노동자들 몰래 공장을 폐쇄하고 잠적해버렸다. 지금 사장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한 번 사무실을 찾아가본 적이 있는데 싹 비워져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 공장을 연다. 여기에 우리은행도 연관되어 있다. 임금을 체불하고 도주한 사장이 우리은행한테 공장을 담보로 대출받았던 것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손해충당을 위해 다른 한국기업에 해당 부지를 팔았다. 그래서 지난 9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우리은행 지점 앞에서 시위하기도 했다. 이분들은 현인터네셔널, 우리은행, 또 다른 한국기업이 한통속으로 자기들 임금을 떼어먹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베트남, 미얀마에서도 한국 의류업체 사장이 임금체불하고 폐업하고 야반도주했다.

 

최근에는 나이키 관련 한국기업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의류기업인 호전실업이 운영하는 가호(kaho)’ 2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올해 10월 회사로부터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다. 전체 퇴직금의 50%를 받고 공장을 떠나거나 왕복 4시간 거리의 다른 공장으로 이직해야만 했다. 사실상 나가라는 얘기다. 원래 인도네시아 노무법에 따르면 자발적 퇴사가 아닌 퇴사는 100%보상금을 줘야한다. 그러나 많은 가호 노동자들은 공장이 폐쇄될 경우 한 푼도 못 받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50%만 받고 퇴사했다. 그러나 젊은 노동자들의 경우 퇴사를 거부하고 버티는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추세인데 가호를 나갈 경우 비정규직으로 입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현재 나이키는 인도네시아에서 신발을 제외하고 의류·잡화 생산 공장에서 철수 중이다. 이들이 물량을 빼는 가장 큰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조활동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오르는데 최근 자카르타 주변 공장의 최저임금이 올랐다. 실제로 지방 공장의 경우 철수를 유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공장 내 복수노조가 많을 만큼 노동조합 활동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활발하다. 노조가 많으니까 협상을 할 때에도 복잡하다. 여기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해외 노동·인권 탄압에 대해 정부가 나서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기업들이 절대갑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목소리 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엇보다 지금은 자국 소속 기업이 해외에서 인권침해를 저질렀을 때 장소가 외국이라는 이유로 개입하지 않고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에 대해 인권침해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인지하고 올해 8월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에 기업과 인권항목을 신설한 바 있다.

 

UN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안에 정부가 어느정도 발을 맞추고 있는가?

현재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노조탄압, 공장폐쇄, 경영진 야반도주 등 현지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지만 이 문제를 책임 있게 다루는 정부 부처가 없다.

올해 8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법무부가 만들었지만 다국적기업에 관한 인권침해 문제는 주로 산업자원통상부가 전담하고 있다. 이 외에도 관련 업무가 외교부, 고용노동부 등에 분산되어 있다. 빠르고 공정한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국무총리실이 기업과 인권기본계획 문제만 전담하는 위원회를 만들던지 담당 부처를 지정해야한다.

 

국제민주연대는 국내연락사무소의 중요성을 꾸준히 요구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해 정부가 유일하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이하 NCP). 인권과 노동, 환경을 포함한 OECD기준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 진정을 접수하고 진정에 대한 조사와 조정 및 권고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NCP를 산자부에서 운영해왔다. 한국NCP2001년 출범됐지만 2012년까지 실체 자체가 불분명할 정도로 운영이 너무 안 됐다. 현재 한국NCP는 산자부, 고용부, 환경부 등 정부위원 4, 민간위원 4명으로 구성되어있다. 선진국의 경우 최소한의 공정성을 위해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사람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한다. 우리나라도 꾸준히 독립성 강화를 위해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 의견을 전할 통로가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정부가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1분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정도가 큰 진전이다.

 

NCP는 불완전하고 운영도 원활히 되지 않지만 계속 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18건 정도 한국NCP에 진정을 넣었는데 조정절차가 개시된 사례가 단 2건에 불과하다. 이 또한 2016년 이래로 이뤄진 것들이고 해당 기업들이 어떤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는지 지적하지도 않았다. 예를 들면 한국기업이 인도네시아에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인도네시아 노동자, 단체나 개인이나 단체나 상관없이 한국정부가 만들어놓은 NCP에 다가 이 기업을 가이드라인 위반했다고 진정을 제출할 수 있다. 진정을 제출하면, NCP에서는 진정이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조정절차를 거친다. 화해를 해보라던가. 조정절차가 안되면 성명을 발표, 이를테면 이 사안은 어떤 기업이 위반하고 조정했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다. 법적인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주도로 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또한 국제적 약속을 위반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면 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NCP 자체가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OECD가입국을 포함해 48개국이 운영 중이지만 잘 안 된다.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 정부가 기업 측 의견을 많이 반영해 대부분 공정하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48개국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해외에)나가서 문제 일으키는 나라 별로 없다. 유럽, 미국, 일본, 한국 정도다. 최근 중국이 많이 일으키지만 중국은 미가입국이다. 예를 들면 한국기업에 네덜란드랑 노르웨이 연기금이 투자를 했다. 그런데 한국기업이 인권침해를 일으켰을 때 네덜란드나 노르웨이 NCP에 진정을 넣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포스코가 인도제철소 건설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있을 때 노르웨이NCP에서 자국 연기금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발표해 국제사회에서 큰 파문이 된 적이 있다.

 

가장 최근 넣은 제소한 사례는 어떤 것인가

올해 10월 필리핀 할라오댐 사건을 넣었다. 한국 수출입은행과 필리핀 정부가 협상을 맺어 할라오라는 곳에서 댐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국의 대우건설이 시행사다. 현지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고 환경파괴 문제도 있다. 이주해야 라오스댐 사건도 12월 중에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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