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회
한기총의 구국기도회, ‘우파’ 입장 대변…정교유착 행태 여전
사회의 안정과 국가 위한 기도회, 신앙의 순수성 상실 우려
기사입력: 2017/11/27 [09:10]  최종편집: 시사코리아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윤혜진 기자

(시사코리아=윤혜진 기자)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가 나라를 위한 ‘순수 기도회’라 주장하며 열었던 ‘구국 기도회’가 정치 집회를 위한 행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도회가 정교유착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극우 정치 세력과 연계되면서 오히려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사거리 일대에서 한기총의 구국기도회가 열렸다. 한기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고, 사회의 안정과 국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이날 설교자로 나선 전광훈(청교도영성훈련원) 목사는 “말아먹은 나라를 한국교회가 살려 놓으니 좌파 종북 빨갱이가 세웠다고 (하는 것인가?) 하나님이 주신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으니 회개해야 한다”고 말해 순수한 구국 목적의 기도회보다는 극우 성향을 드러내면서 좌‧우파의 분열을 조장하는 꼴이 됐다.

 

또한 기도회를 총괄한 최충하(한기총 사무총장) 목사는 한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이 나라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있고, 한기총의 정체성은 정치적으로 ‘우파’다”며,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같이 기도회를 한 것인데, 그걸 문제 삼거나 비판해서 되겠는가”라고 한기총의 정치적인 성향을 대변했다.

 

한기총은 지난 3월 1일에도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3.1만세 운동 구국기도회’를 열었다. 애당초 3·1독립운동정신을 본받아 민족의 화합과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의 힘을 모으자는 목적이었으나, 기도회가 끝난 직후 같은 장소에서 태극기, 성조기, 박근혜‧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화가 등장하면서 기도회는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위한 사전 행사로 전락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사회의 안정과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문제되진 않지만, 신앙의 순수성을 상실한 채 기도회가 특정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데 그친다면 정교유착의 가장 위험한 모습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지난해 12월 한 인터뷰에서 “국가권력의 힘을 빌려 영향력을 행사하고픈 권력 지향을 경계해야 한다. 교회가 국가권력과 과도한 유착 관계를 갖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한국 현대사를 보면 해방 후 미군정 시절부터 이승만 정권, 군사정권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국가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며 과거 한국교회의 정교유착을 지적하기도 했다.

 

과거 한국 교회와 정치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권력유착의 역사가 짧지 않다.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해방 이후 미군정기 적산불하(敵産拂下) 특혜를 비롯해 이승만 정권 시절에는 ‘기독교 국가’의 명분 아래 ‘종교법인과 전문 종교인에 대한 면세권 제공’ 등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많은 특혜가 있었다.

 

또한 박정희 군사 쿠데타 이후 일부 기독교계와 결탁해 국가조찬기도회 및 군복음화를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삼선개헌과 유신헌법 지지로 인한 독재를 정당화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권력유착의 양태를 보였다.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은 한국 교계 지도자들의 권력유착의 대표적 사례로 ‘대통령조찬기도회’를 꼽는다. 그에 따르면 1965년 2월 시작된 국회조찬기도회는 당시 정치권 여야의 실세들 중 기독교인들이 총망라된 ‘정치단체’였으며, 대통령조찬기도회로 바뀐 이후 국가 최고 권력과의 두터운 유착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대통령조찬기도회’가 기독교의 순수 예배 정신에 역행한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자 기도회 주최 측에선 “한국 기독교는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 일에 등한시 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세상에서 무용한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권력유착의 속내를 여실히 밝혔다.

 

서정민(일본 명치학원대학)교수는 지난해 한 칼럼에서 ‘교회와 국가가 상호의 영역에 서로 관여치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정교분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백 번 양보하여 기독교는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 옳지 않다. 옳지 않은 정권을 부추기고, 거기에 안주하며,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는 교회의 행위는 용서될 수 없다”고 오늘날 한국교회의 정교유착 행태를 비난하기도 했다.

 

윤혜진 기자(yhjyhj26@daum.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