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발탁'이 주목된다. 만사 어떤 사람을 쓰느냐에 따라 존망(存亡)이 갈린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짐승을 쫓아가서 죽이는 것은 개이지만, 개를 풀어 쫓도록 지시하는 것은 사람(逐殺獸者狗也 發縱指示者人也)"이라는 '십팔사략'의 경책이 잘 보여준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자리일수록 심사숙고 후 사람을 잘 써야 한다. 정계와 행정부 주요 보직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도력 발휘 첫 출발은 사람쓰기
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은 나라의 명운을 좌우한다. 리더십, 곧 통치력의 중요성이다. 지도력 발휘의 첫 출발은 사람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인사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장관 후임자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환경부 장관에 한정애 의원을 내정하는 등 일부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주목돼온 초대 공위공직자범죄수처장 후보자로는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공수처 출범 취지가 권력기관 견제임을 부각해온 만큼 판사 출신인 김 후보자를 낙점한 것은 검찰개혁을 겨냥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공수처가 성역 없는 수사 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야당은 “정권을 위해 맞춤 제작된 꼭두각시 처장”이라고 성토했다. 공수처가 정권 입맞에 맞춘 ‘코드 수사’ 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법조계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기관이라는 점에서 공수처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하다. 공수처는 검찰에 고위공직자 관련 사건을 보고·이첩토록 요구할 권한을 지닌다. 새 공수처장이 권력 눈치를 보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검찰의 권력비리 수사가 공수처로 넘어가 유야무야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이 동반 사의를 표명해 참모진 개편도 예고됐다. 이번 개각의 방점은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정국을 수습하고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데 찍혀 있다. 그러나 친문 핵심이자 검찰개혁 의지가 강한 박 후보자를 기용한 것은 ‘돌려막기 인사’로 비쳐 걱정이 앞선다. 박 후보자는 어제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어제 2단계 검찰개혁 과제인 ‘수사·기소권 완전분리’를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 집행정지 무산 6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본안 소송에서 다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정이 내년에 공수처를 앞세워 윤 총장을 압박하고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면 국정 난맥상이 불거질 것이다. ‘추미애 시즌2’가 시작되면 민생과 경제는 또 정치의 블랙홀에 빠져들게 된다. 민심 이반을 자초해 레임덕을 앞당기는 길이다. 그렇다. 세상만사 사람이 가치를 창출한다. 그 가운데 좋은 인재가 현실의 난관을 타개하고 미래를 이끌어 가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적 기업도 뿌리를 지탱하는 것은 큰 공장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인재인 것이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인재제일주의'를 기업 이념으로 삼고 있다. 어디 기업에 국한하랴. 국가 또한 마찬가지다.
코드·인연, 보상 측면 인사 끝나야
마땅히 전문성과 도덕성, 비전을 갖춘 인물을 골라 쓰고 선출해야 한다. 공익을 우선시한 삶을 살아온 이를 중용해야 한다. 준법과 도덕률에 충실한 인재상이다.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 대통령은 인재 발굴에 있어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정보망 내의 인재 중 여당에 반대한 사람, 선거 기간 반대편에 서 있었던 이유만으로 먼저 배제할 경우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종 '연(緣)'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선거판에서 뛴 사람이라도, 능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도 엄격한 잣대로 골라야 하고 정파와 지연, 학연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고언'을 새겼으면 한다. 문 의장은 "이제는 코드 인사나 인연, 보상 측면의 인사는 끝나야 할 시기"라며 "실사구시 측면에서 전문가, 실력가를 써야 순서가 맞는다"고 말했다. 정권을 창업할 땐 생각이 같은 동지와 창업 공신을 우대하고, 다음 단계인 3년 차는 전문가 즉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를 써서 실적을 보여주고, (정권의) 막바지 때는 전문가와 창업 공신을 섞어서 다시 느슨해진 것을 조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율곡 이이의 용인술에 관한 지혜도 소개했다. 경륜에서 우러난 수렴해야 할 제언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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