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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갈 곳 잃은 부동자금 1000조에 서민들 삶은 날로 팍팍해지고 있으니

최효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22 [13:44]

[시사칼럼] 갈 곳 잃은 부동자금 1000조에 서민들 삶은 날로 팍팍해지고 있으니

최효정 기자 | 입력 : 2020/01/22 [13:44]

▲ 돈 화폐_픽사베이     © 최효정 기자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을 법하다. 갈 곳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자그마치 1000조에 이른다고 하는데도 서민들의 삶은 날로 팍팍해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정부의 정책 잘못일까, 시장의 선택일까. 넘쳐나는 그 많은 유동자금이 흘러드는 곳은 어디란 말인가? 우리 경제에 대한 근본의 진단과 처방이 절실한 실정이다. 시중 부동자금이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얘기는 역대 최저 수준인 저금리의 영향으로 불어난 유동성이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지 않은 채 금융회사 단기 투자상품에 고인 결과란 분석이다.

 

21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의미하는 부동자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10조703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말보다 5.2% 늘어났다. 이 중에 부동자금은 2016년 902조원에서 2017년 949조원, 2018년 960조원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난해 7월(연 1.75%→1.50%)과 10월(연 1.50%→1.25%) 이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지난해 11월 한 달에만 32조원 불어났다. 부동자금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합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시중에 돈이 대거 풀렸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소비와 투자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매매허가제를 도입하고 법인세율을 더 올린다는 등의 정부 관계자 발언과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경제정책 등이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부동자금을 키운 배경”이라며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일관성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은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거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고금리 위험자산 투자가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에 활기가 돌지 않는 모습은 그만큼 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연 1.25%)에도 소비·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후 최악(1.9~2.0%)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저금리로 불어난 시중 자금은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고 요구불예금 등 금융회사의 단기상품에만 쌓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대거 몰렸다가 정부 대출 규제로 투자가 어려워지자 부동자금이 증시로 방향을 바꿔 가장 믿을 만한 반도체 주식(삼성전자)을 밀어올리는 분위기”라며 우려감을 나타내는 실정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부동자금이 급증한 배경은 누가뭐래도 정책의 불확실성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부인할 수 없다. 부동자금이 자산시장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시장 조사업체인 글로벌프로퍼티가이드(GPG)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럽 주요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5년 전인 2014년 말 대비 20%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독일의 주택가격 평균 상승률은 45.8%에 달한다. 저금리가 부동산가격을 밀어올린 여파다.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럴 수록 거시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반시장 정책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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