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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여록] 문 대통령 모친상(喪)에서 피어나는 화해의 기운

김재순 기자 | 기사입력 2019/10/31 [12:58]

[시사여록] 문 대통령 모친상(喪)에서 피어나는 화해의 기운

김재순 기자 | 입력 : 2019/10/31 [12:58]

 


예로부터 상가집이나 축하할 자리에는 빠지지 말고 꼭 참석하라는 말이 있다. 큰 상을 당했을  땐 나라나 부족간에도 싸움을 일시 멈추는 법인데, 사인 혹은 공인간에는 오죽할까. 특히 우리 민족에게는, 지나가다가도 상가집을 만나면 밤새 울어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가집에 대한 애틋함과 인지상정하는 마음이 컸다. 불구대천 철천지 원수 사이에도, 주검 앞에서는 숙연해지고, 갖은 예를 표하는 법이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해 31일에야 천주교식 발인 미사를 모두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돌아온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병원으로 보내드리고 책상도 넣어드리며 배려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이 진영별 지지자건 아니건 떠나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해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故)강한옥 여사를 조문한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홍 대표가 전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홍 대표는 조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며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배려를 해주고 계시다고 말씀하셔서 '우리 대통령(박 전 대통령)이 아프신데 배려해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또 박 전 대통령 사면도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사면 얘기는 했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잘 알아서 들으시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답을 하시지 않으셨고 그냥 웃음으로 대답하셨다"고 말했다. 홍 대표 입장에서는 다소 많이 나간 측면도 있겠으나 세간에서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도 없진 않는다. 꼭 그런 사면의 얘기에 답벼을 하지 않더라도, 홍 대표로서는 '배려'해준다는 말에 울컥했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빈소가 마련된 남천성당 추모관 앞까지 나와 홍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조문객을 맞으며 추모관 건물 앞에 나온 것은 처음이라니 달리 들린다. 냉냉하게 얼었던 관계도 상가집에서는 서로의 원한을 묻어두고, 망자에 대한 추념의 마음만으로 가득한 법이니 이들의 대화는 불립문자와도 같은 것이고, 염화시중처럼 비춰졌을 수도 있다.

 

벌써 얼마였던가, 햇그늘 질무렵이면 하루도 거르지 않은 채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을 외쳐온  우리공화당 지도부의 장외 기자회견 내지는 집회 소식을 모를 리 없는 문 대통령일 것이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표정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평소같으면 그처럼 얼굴 맞닥뜨리고 대화하진 못할 것이다. 비록 현실로 돌아오고서야 멀고도 먼 사이고, 합할 수 없는 길일테지만, 적어도 이날 이들의 만남은 망인을 사이에 둔 상가집에서였으니 모든 게 가능했고, 일순간이나마 화해의 기운을 느낄 법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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