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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사람앞에 충성 않는' 윤석열, 이번엔 "법과 원칙에 충실"

조국 수사 신속 처리 방침으로 해석돼… 조국과 동반 총장 사퇴설도 일축

김재순 기자 | 기사입력 2019/10/17 [16:02]

[뉴스메이커] '사람앞에 충성 않는' 윤석열, 이번엔 "법과 원칙에 충실"

조국 수사 신속 처리 방침으로 해석돼… 조국과 동반 총장 사퇴설도 일축

김재순 기자 | 입력 : 2019/10/17 [16:02]

▲ 윤석열 총장 (사진=뉴시스)     ©


불과 3개월여 전의 일이다. 지난 6월 검찰총장에 지명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은 총장 지명자 시절, 간단 명료한 '어록'을 남긴 인물로 재각인되면서 이후의 인사청문회 절차를 무난히 통과했다.

 

다름 아닌 '저는 사람앞에 충성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힘은 '권부의 저승사자'란 닉네임으로 되돌아오게 한 원천이었다.

 

권력형 비리 수사를 주로 맡은 대표적 특수통으로서, 여론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두명의 전직 대통령과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제게 부여된 일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충실히 할 따름"이라고 당당히 일갈했다. 검경 인사들이 흔히 할 법한 평범한 말일 수도 있으나, 그가 하는 말이란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조국 전 법무장관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던진 최근의 가장 명료한 의사표명인 셈이면서 동시에, 이 말은 조국 전 장관이 사퇴했으니 동반 사퇴해야 하지 않느냐는 좌파 일각의 '사퇴설'을 일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감에서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국 사태 이후 여권 일각과 지지층 사이에 윤석열 동반 추진을 주장하는 사실을 아는가. 총장 자리에서 물러날 건지" 묻자 "언론을 통해 봤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총장 임명 때 권력 눈치를 보지말라고 했는데,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가 대통령 당부말씀을 거역한 거라고 보는가"라며 "정적을 향한 칼을 휘두를 때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다가 살아있는 권력인 조 전 장관을 수사하니 만고역적이 됐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윤 총장은 "어떤 수사도 법과 원칙에 따라 하고 있다"며 "저희들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어떤 사건이든지 원칙대로 처리해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때 외압을 폭로하고 수뇌부와 충돌해 좌천을 당했고,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수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재기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발탁됐고, 곧장 검찰총장 자리까지 올랐다.

 

이런 윤석열이 있기까지, 비록 다른 동기들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가장 '성공적인' 검찰총수의 길을 가고 있는 그는 힘들때마다 묘하게도 국민적 응원을 받아왔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게 또 하나의 버팀목이자 힘의 원천이었다.

 

실제로, 윤 지검장은 사법고시에 수차례 낙방한 끝에 서울대 법대 동기들보다 뒤늦은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잠시 공직을 떠나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1년간 일했다. 이듬해 검찰로 복귀해 대구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별수사 요직을 거쳤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때 LIG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 사건을 수사해 구자원 회장 등 3부자를 모두 기소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수사에만 전념한 이력 때문에 ‘강골검사’ 이미지가 대중에 각인됐다. 김대중 정권 때는 실세 박희원 정보국장을 구속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고 강금원 창신섬유 대표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했다.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팀장을 맡으면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지만 법무부 반대에 가로막혔다.

 

이후에는 상부 허가없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는 이유로 그해 10월 직무배제됐다. 며칠 뒤 열린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상관의 지시가 위법했다고 폭로하며 남긴 “조직을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의 어록으로 남았다. 이듬해 정기인사에서는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에 발탁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김기춘·조윤선 등 박근혜 정부 청와대 실세를 구속했다. 오뚝이같은 그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묘한 점은 또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때 수사외압 발언과 좌천성 인사로 고난을 겪을 때마다 국민들이 응원과 격려를 했다. 그런데 지금 조 전 장관 관련해 그때 지지했던 국민들이 윤 총장을 비난하거나 비판하고 있다"며 "반대로 과거 윤 총장을 비판했던 사람이 보호하거나 옹호하는 아이러니가 목격된다"며 소회를 묻기도 했다.

 

권력의 정점이 뒤바뀌거나, 같은 권력하에서도 이해에 따라 비판과 응원은 표변한다는 것을 새삼 증명해보이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이력으로 기록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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