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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와 루소가 남기고 간 아름다운 우정

김덕주기자 | 기사입력 2019/10/14 [09:08]

밀레와 루소가 남기고 간 아름다운 우정

김덕주기자 | 입력 : 2019/10/14 [09:08]

   

씨 뿌리는 사람, 이삭 줍는 여인, 만종으로 세상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는 프랑수아 밀레는 19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농부였던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농촌의 고단하고 열악한 일상의 삶을 관찰자 입장에서 그린 바르비종파의 대표적인 사실적 낭만주의 작가다.

 

노르망디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무명시절에는 끼니를 잇지 못할 정도로 궁핍하게 살았다. 비싼 유화물감을 사는 일이나 화 도구를 구입하는 일은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힘겹게 살면서 어느 날 마지막 남은 장작을 난로에 넣으면서 한숨을 내쉰다. 내일부터는 날씨가 추워도 불을 피울 수가 없구나 하고 한껏 움추려든 마음에 우울함과 슬픔에 잠겨 있을 때 한 손님이 밀레의 집을 방문한다.

 

그는 밀레의 절친한 친구 테오도르 루소였다.

루소는 당대에 유명한 화가로 바르비종파라고 불리는 고전 풍경화와 인상파의 중간 단계에 존재하는 새로운 화풍을 개발한 천재 화가이다. 루소는 밀레에게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밀레 좋은 소식이 있네”, “그게 무언가? 루소”, “자네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네라고 하니 밀레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아직까지 그의 그림이 팔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루소는 기쁜 얼굴로 흰 봉투 하나를 내밀면서 , 이걸 보게나. 어떤 수집상이 내게 와서 자네 그림이 좋다며 한 작품을 골라 달라며 선금을 주고 갔네봉투 안에서는 300프랑이라는 큰 돈이 들어 있었다. 밀레는 친구의 두 손을 잡고 촉촉한 눈으로 한참 후에 고맙네, 루소. 자네 덕분에 이 겨울을 걱정 없이 날 수 있겠어. 자 그림을 어서 골라보게. 뭐가 좋겠나?” 루소는 고민 끝에 접붙이는 농부라는 제목의 그림을 선택했다. 밀레는 그 돈으로 식량과 물감을 샀고 그림 작업에도 용기를 내어 더욱 매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밀레의 그림은 서서히 화단의 인정을 받게 되었고 마침내 비싼 값에 팔려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른 후에 유명해진 밀레가 오랜만에 루소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루소의 집에는 낯익은 그림 하나가 벽에 걸려 있었다. “아니, 저 그림은 몇 년 전 자네가 수집상에게 건네준다며 내게 사간 그 그림이 아닌가?” 루소는 말했다. “수집상이 바로 나였네. 어려운 자네를 돕고 싶은데 그냥 돈을 건네면 자존심이 상할까봐 그랬다네.”

 

당시에 많은 화가들이 바르비종으로 이주해 와서 풍텐불로 숲의 경치를 그리게 되지만 그곳에 끝까지 남아 바르비종파를 지켰던 화가는 루소와 밀레 두 화가뿐이었다. 둘의 우정은 너무나 깊어서 루소는 밀레 자녀들의 대부가 되어 주었고 1875년 밀레는 먼저 세상을 떠난 루소의 무덤 옆에 나란히 묻힌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제2의 자아(自我)라 하고 사람의 가치는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정치가이며 철학자인 영국의 베이컨도 참된 친구가 없다는 것은 비참하리만큼 인생의 불행이라고 했다. 내가 비록 권력과 돈과 명예를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형상에 불과한 것이지 참사람과 우정 없이는 행복한 인생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거장(巨匠) 어니스트 밀러 헤밍웨이는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세기의 대문호로 어디하나 아쉬울 것도 부러울 것도 없었지만 삶의 터전이었던 쿠바 하바나에서 추방되어 조국인 미국 고향으로 돌아온 후 나에게는 진정한 친구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결로서 생을 마감했는가 하면 애플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도 엄청난 명예와 돈 속에 파묻혀 살다가 병마로 투병 중 이웃도 우정도 없이 살아온 자신을 탓하며 회한의 메시지만 남기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허망하게 임종했다.

 

옛 경전(經典)에서는 진정한 친구를 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은 우()와 다르며 진정한 붕이 되려면 나이나 직업의 귀천도 배경도 따지지 않는, 즉 자아 혹은 형제라는 것이 경전의 가르침이다.

 

세상사를 보노라면 친구 같은 사람은 많으나 우정의 친구를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자네는 좋은 친구 보약 같은 친구야.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 사는 날까지 웃으며 살아보세라고 하는 노래 말 속에는 행복하게 살려는 인생길에 진정한 우정이 필연적 동행자라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밀레의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자연 앞에서 겸손했으며 풍요와 평화와 감사의 기도로 낭만이 있는 행복한 삶이었다. 그들이 남기고 간 아름다운 우정을 우리의 삶에 한번쯤 조명해 보면 어떨는지. 영원하지도 않는 유한의 시간에서 나그네처럼 머물다 가는 소중한 인생이기에 모두가 행복한 삶이 되어야 한다는 바램으로..

 

시민신문 논설주간 정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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