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한반도에 밀려오는 격랑, 위기의 한국

김재순 기자 | 기사입력 2019/07/26 [15:25]

[시사칼럼] 한반도에 밀려오는 격랑, 위기의 한국

김재순 기자 | 입력 : 2019/07/26 [15:25]

▲ 러시아 폭격기 침공 영상 (사진=뉴시스)     ©


지금 우리나라는 과거 구한말을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전신 급소를 찔린 형국, 곧 다층적 위기라는 얘기다. 일본은 이달 초, 반도체라고 하는 우리 기업의 급소를 찔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조만간 화이트국가 배제도 결의할 태세다. 어마어마한 무역 흑자국이 적자국에 경제보복을 가하는 비겁하고 치졸한 작태다. 세계 무역질서에 정면으로 반하고, 비교우위이론에도 어긋나는 저열한 보복에 불과한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한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이 카디즈라 하여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략하는 국방위기를 맞았다. 영공의 급소를 찔린 셈이다. 뿐만 아니다. 여기에 북한은 어제 2발의 개량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정확히 발사했다. 우리 정부의 군사훈련을 트집잡으면서다. 자신들은 미사일을 쏘아대도,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우리는 아무런 자위적 군사훈련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북 정전이래 한반도상에서 정확히 유지해오던 북-중-러와 한-미-일 힘의 균형이 급속도로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파다하다. 그럼에도 정파 싸움은 끝이 없다. 와중에 권력만 쥐면 된다는 얘긴가.


일본의 경제침탈에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보이콧 재팬'이 막아서줄 것이고, 중-러 공중침략에는 아직은 한미동맹이 작동한다고 보고 별 걱정이 아니란 말인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다, 북미 대화를 위해 한 눈 감아주겠다는 것인가.

 

이러한 위기정국에 문재인 정권에 대한 한편의 조언이 귀에 쏙 들어온다. 바로, 26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 자리에서 문병호 최고위원이 간곡하게 호소하는 모두발언이 그것이다. 일본 무역보복을 당하자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이 이뤄졌는데, 상설협의체를 구성키로 하였다는 소리 나온 것외에 신통한 얘기 들어보지 못했다. 그나마 협의체가 무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골격도 안나왔다. 4강에 북한까지, 압박의 강도는 더 거세져만 가는데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각 당으로 들어가보면 속 사정은 더 한심하다. 안팎의 정쟁으로 세월가는 줄 모른다.

 

문 최고는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종이 아닌 처칠이 되시기 바란다. 대한민국이 사면초가이다. 일본은 치졸한 경제보복에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는 합동으로 독도의 하늘을 넘봤다.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자기 잇속만 챙기려 하고 있다. 북한은 이 와중에 신형 탄도미사일을 동해를 향해 발사했다. 어디를 봐도 진정한 동맹도, 믿음직한 우방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지금을 ‘구한말’이 다시금 되풀이되는 ‘신한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바다. 문 최고는 이어 "어려울 때는 역사에서 위기를 벗어날 길을 구해야 한다. 저는 1940년의 영국을 생각한다. 동맹국인 프랑스가 독일에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프랑스로 갔던 수십만 명의 영국군 장병들은 덩케르크 해변에서 그야말로 가까스로 몸만 빠져 나왔다. 영국은 의지할 우방도, 강력한 무기도 모두 잃어버렸다"며 영국의 역사적 사례를 소환했다.
 
그의 말은 계속됐다. 그의 말을 군더더기 없이 옮겨보자.

 

"이때 처칠 총리의 통합의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한다. 처칠은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나라의 어려운 상황을 얘기했다. 그리고 자기가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피와 땀과 눈물뿐이라며 영국인들의 단결과 단합을 촉구했다. 처칠은 제일 먼저 야당인 숙적 노동당에게 손을 내밀었고, 노동당의 클레멘트 애틀리 당수를 내각에 기용했다. 또한 처칠은 보수당 안의 경쟁자인 이든을 외무장관에 앉혔다. 실패한 유화정책을 밀어붙였던 체임벌린 전 총리까지도 심지어 껴안았다.
 
처칠은 독일에 맞서는 강력한 우방과 동맹을 나라 안에서 찾는 진정한 협치와 통 큰 탕평을 이뤄냈다. 처칠이 이뤄낸 진정한 협치와 통 큰 탕평은 영국이 마침내 히틀러의 독일을 물리치고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고, 원동력이 되었다.
 
조선의 고종 임금은 영국의 처칠 총리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고종 임금은 외세의 위협을 국민들을 단결시키고, 통합시켜 극복하려고 하지 않았다. 고종은 외세의 위협을 자기의 권력을 강화하는 구실로만 이용했다. 어용단체인 황국협회를 내세워 당시의 야당이었던 독립협회를 탄압하는데 열을 올렸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처칠의 길을 가고 있는가? 아니면 고종의 길을 가고 있는가? 지금의 엄중한 시기는 집권여당의 능력만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의 세력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가 없다. 야당의 협력을 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까지 감싸 안으며 진정한 협치와 탕평을 이뤄내야만 극복할 수 있는 위기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황국협회의 행동대원인 보부상들처럼 최고 통치자의 반대자들을 모욕하고 윽박지르는 데에만 앞장선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려고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처칠의 길이 아닌 고종의 길을 가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엄중한 국란의 시기에는 여당도 없고, 야당도 없다. 내편도 없고, 네 편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처칠의 협치의 정신을, 탕평의 가치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종의 길이 아닌 처칠의 길을 갈 때 우리 대한민국은 그 어떤 외세의 위협과 공격도 너끈히 이겨낼 수가 있을 것이다."

 

기자가 보기에는, 문 최고가 현실을 정확히 꿰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현실파악을 잘못하여 나라를 송두리째 잃고, 일 외세에 넘기는 오욕의 역사를 남긴 고종이 아닌, 국가를 다시 살린 처칠의 혜안을 잊지 말자. 늘 위난시에 역사는 빛나는 지침서다. 역사는 오늘의 교훈이 되라고 있는 것이지, 장식용은 아닌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