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플러스] 한일, 최악의 사태시 '국교 단절'까지 갈까

"일본 추가 보복 단행 여부가 관건" 분석... 수출규제 즉각 철회해도 후유증 장기화

김재순 기자 | 기사입력 2019/07/19 [22:16]

[이슈 플러스] 한일, 최악의 사태시 '국교 단절'까지 갈까

"일본 추가 보복 단행 여부가 관건" 분석... 수출규제 즉각 철회해도 후유증 장기화

김재순 기자 | 입력 : 2019/07/19 [22:16]

▲ 남관표 주일 대사가 일본 고노 외상을 만나 현안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일제 징용 배상판결로부터 촉발된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 규제 조치가 급기야 한일간 어느 한쪽도 물러설 수 없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 19일로 기한이 정해졌던 ‘제3국에 의해 구성되는 중재위원회’라고 하는 일본측의 제안에 대해 한국이 최종 거부하자, 일본은 거칠고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나왔다.

 

이제 양 측이 남은 카드는 어떤 것들이며, 최종 파국 사태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

 

당초 중재위와 관련해 대응 수위를 조절하려던 한국 정부는 이날 고노 일본 외상의 거듭된 징용 판결 유감표명에 대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며 맞받았다. 오전까지만 해도 '군사협정 유지'쪽 가닥이었던 것이 급변한 것이다. 그럴 수록 ‘외교를 통한 갈등 해소’는 가물가물 멀어져갈 뿐이다.

 

이날 감정의 싸움은 일본측이 먼저 걸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은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극히 무례하다”며 남 대사의 말을 끊어 신경을 건드렸다. 도발에 가까운 외교적 결례였다. 일본은 남 대사 초치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추가 보복 가능성까지 암시했다.

 

“한국 대법원 판결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쌓아온 한일 우호 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강변하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일본이 앵무새처럼 되뇌어온 상투적인 내용이었다.

 

그러자 청와대도 발끈했다. 그러지 않아도 일본 언론으로부터 '문재인 탄핵'용어까지 등장하며 내정간섭 그 이상의 정략적 침탈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청와대는 분개해하고 있던 터였다. 한미일 3각 공조 체계를 공고화하기 위해 미국이 오래 공들여 성사시킨 GSOMIA를 파기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GSOMIA 파기 가능성을 검토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고 한 것이다. 이날 오전만 해도 '군사옵션'은 논외였다. 

 

한일 간 군사 분야 협정인 GSOMIA 파기를 들먹이는 것은 한국 정부에도 부담이다. 그래서 이는  ‘양날의 검’으로 치부된다. 이 협정은 만료 90일 전 한쪽이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1년씩 자동 연장되는데, 다음 연장 여부 결정 시한은 다음달 24일이다.

 

현재 일본이 추가 경제 보복 카드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예고된바대로, 수출 관리상 우대를 받는 ‘화이트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다. 식료품ㆍ목재 등을 제외한 거의 전 품목이 수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이상 규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의 언급을 보도했다. 갈등 장기화를 감수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기류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한일이 경제옵션을 넘어 군사옵션까지 꺼내들면, 특단의 중재가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한 이제 남은 카드는 결국 선언만 '단교'를 안했을 뿐이지 그에 준하는 단계로까지 가는 수순밖에 없다. 일본은 징용 피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일본 기업의 압류 자산이 현금화하는 시점에 본격 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시기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이미 현재의 무역보복과 맞대응으로 올 말까지만 지속되더라도 양국에 심대한 타격이 가해진 상태임은 불문가지다.

 

일본은 한국 정부에 역(逆) 배상을 청구하는 등 ‘대항(보복)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집권당인 자민당에서는 한국인의 일본 방문 비자 발급을 제한하거나 한국산 수입품 관세를 인상하는 등의 강경 조치들을 들먹이는데, 이는 사실상의 양국 공히 국교단절에 버금가는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일본이 추가 보복을 단행할 지 여부가 마지막 관건이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교 직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재의 수출규제와 화이트국가 배제만으로도 심대한 내상을 입은 우리로서는 일본이 규제조치를 즉각 철회한다고 해도 그 후유증을 해소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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