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文대통령 수·보 회의 모두발언 중 '일본에 더 큰 피해' 경고, 왜?

"반도체 겨냥은 韓 성장 막으려는 것"…'경제 전쟁' 규정

김재순 기자 | 기사입력 2019/07/15 [20:55]

[인사이트] 文대통령 수·보 회의 모두발언 중 '일본에 더 큰 피해' 경고, 왜?

"반도체 겨냥은 韓 성장 막으려는 것"…'경제 전쟁' 규정

김재순 기자 | 입력 : 2019/07/15 [20:55]

 

▲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


"日 의도 결코 성공하지 못해…더 큰 피해가 갈 것 경고"
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위협에 '백기투항'은 없다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와 10일 30대 기업 총수 간담회 때보다 훨씬 강경해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사실상 '경제 전쟁 선포'로 규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무엇보다도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본도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었다.

 

앞서 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면서 “한국의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조건부 대응 방안을 밝혔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초고강도로 변해간 데에는,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 후 외교적 협의를 거부한 채 추가 보복 위협을 이어가자 더 이상 차분한 대응이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증거다.

 

"우리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의도가 거기에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또렷했고, 강경했다. 또 우리 국민과 기업이 단합해 일본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과거 여러 차례 전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했듯이 이번에도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은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한다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이 부분을 두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을 앞다퉈 송고했다.

 

이 같은 경고는 최근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하기는커녕 보복 수위를 높이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일본은 지난 12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무역당국간 실무회의에서 우리나라를 안보상 우호국가로 우대하던 화이트국가(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화이트국가에서 배제되면 약 1100개의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오는 24일까지 대국민 의견 수렴을 하고 각의 의결 후 3주 뒤에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일본의 위협에 절대 '백기투항'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수출 제한 조치 이후 일본이 보이고 있는 태도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어차피 미국을 끌어들이는 외교전과 국제여론전을 펴더라도 장기전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강대강 대결구도로 갈 수 밖에없을 것이란 계산이 깔린 것으로 봐야 할 듯하다.

 

일본은 한·일 무역당국간 실무회의에서 우리 측을 철저하게 냉대했고, 회의 명칭을 '설명회'라고 고집하며 우리와 협의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미일 고위급 협의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또 일본 정치권은 '전략 물자 밀수출' 또는 '대북 제재 위반' 등의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우리나라에 흠집을 내기 위한 언론 플레이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가 명분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 매너면에서도 도저히 더이상 묵과할 '중대한 도전'이며 조기에 대화의 대상은 아니라고 문 대통령은 본 듯하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일본은 당초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조치의 이유로 내세웠다가 개인과 기업 간의 민사 판결을 통상 문제로 연계시키는 데 대해 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우리에게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 제재 이행 위반의 의혹이 있기 때문인 양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4대 국제 수출 통제 체제를 모범적으로 이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행 문제의 원만한 외교적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며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무런 외교적 협의나 노력 없이 일방적인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내 정치권과 국민, 기업들에게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합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을 우리 경제의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지만 한편으로 기업이 이 상황을 자신감 있게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경제 체질 개선 노력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도전들을 이겨내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르렀다. 숱한 고비와 도전을 이겨온 것은 언제나 국민의 힘이었다. 나와 정부는 변함없이 국민의 힘을 믿고 엄중한 상황을 헤쳐 나갈 것"이라며 "국회와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우리를 제외할 경우 우리도 근본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 제재 이행 위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허위의 문제 제기라고 보고, 일본이 그것을 통해 우리의 미래 산업까지 타격을 입힐 의도를 보이고 있어 더 확실한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청와대에 형식과 상관없이 어떤 회담이라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황 대표의 제안에 환영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 정치권과 경제계가 문 대통령의 이같은 강한 대일 항전의 의지를 얼마나 진정성있게 받아들이며, 호응해갈 것인지 일본도 주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일본이 두려워하는 것은 아마도 그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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