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 '역사적 판문점 北美 만남' 있기까지

김재순 기자 | 기사입력 2019/06/30 [22:36]

[막전막후] '역사적 판문점 北美 만남' 있기까지

김재순 기자 | 입력 : 2019/06/30 [22:36]

 

▲ 트럼프-김정은 정상 최동 (사진=ytn)     ©


30일 역사적인 남·북·미 판문점 회동 시간은 거대한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을 뒤로 하고 돌아선지 4개월.  그러나 북-미 정상의 만남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 1시,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 그리고 판문점 회동의 깜짝 이벤트가 공식화되자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SNS 소통의 시대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글이 오르고 얼마되지 않아 이날 오후 3시 45분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되는 걸 보고 영화 같은 일" 이라며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물론 그 극적 만남의 토대는 지난 1, 2차 회담을 통해 김정은-트럼프간 형성된 친밀함에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트럼프) 각하와 저 사이에 이런 훌륭한 관계가 형성돼있지 않았다면 오늘같은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드디어 오후 3시 45분쯤 군사분계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자 이곳 서울역은 시민 백여 명의 박수와 함께 옅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더욱이 그 만남의 장소가 66년전 정전협정을 맺었던 바로 그 장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월경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자, 다시 한 번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미 정상 만남'에 전격 응한 것은 향후 비핵화 협상에 있어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 판단된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이들 간에 '훌륭한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판문점 만남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이날 오전까지도 두 정상의 만남을 위한 실무협상을 치열하게 진행한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한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점은 이번 만남이 정치적 이벤트로만 비치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노리고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 행보를 기획했다는 부정적 분석과 여론을 김 위원장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실무협상에서는 미국 측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북한 측의 집요한 시도가 있었을 것은 당연한 일.

 

내심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한번 들어주는 대신에 더 큰 실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란 계산 역시 했을 수 있다. 일찌기 정상회담에 관한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고수'의 경지에 이른 김 위원장이란 평가가 없지 않았던 점을 봐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에 즉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로 화답한 북한이 담화에서 추가적인 '공식 제의'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북한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만남을 즉흥적 이벤트가 아니라 양측의 정식 외교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열린 회동에 앞서 "사실 난 어제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의향을 표현한데 대해 놀랐고, 정식으로 만남을 제안한 것을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됐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제1부상의 담화가 나온 시점이 김 위원장이 정식 만남 제안을 인지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최 제1부상의 담화 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앞세워 즉각 실무협상에 임한 것은 북한의 입장으로 봤을 때 이번 만남에 응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한가지는, 김 위원장이 부담없는 결정을 하게 된 것도, 매우 이례적으로 트윗을 활용해 제안을 해온 마당에 그리 무거운 의제나 안건을 준비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흔쾌히 수락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정상회담의 안건이었던 '비핵화 구체적 조치-대북 제재 완화'가 결렬됐던 만큼 다른 방식의 의제 모색은 양측 모두가 필요했던 터였다.

 

또 지난 북중 정상회담 이후 급격하게 재부각되기 시작한 중국의 참여와 영향력이 변수다. 중국이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 판에 본격 관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터였으며, 실제로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고 의제를 분산시킬 요량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지난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의 '승리'로 끝난 것이 향후 중국의 한반도 문제 관여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우리에게도 늘 관심사였다. 말하자면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행보를 지렛대 삼아 대북제재 문제를 타개해내려는 입장일 수 있다.

 

외교와 협상에 관한한 김정은보다 한 수 위라는 우위의식을 늘 갖고 있을 트럼프 대통령입장에서는  이번 초대형 이벤트를 기획함으로써 북한-중국 관계를 다소 이완시키면서 국내 정치문제로 잠시 끌어오고 싶었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적으로 외교전략 차원에서의 만남성사란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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