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美-中은 '무역전쟁'.. 우리는 '이념전쟁'

보수-진보 화합 주문해도 "귀를 의심케" vs "색깔론" 격론

김재순 기자 | 기사입력 2019/06/06 [23:19]

[종합] 美-中은 '무역전쟁'.. 우리는 '이념전쟁'

보수-진보 화합 주문해도 "귀를 의심케" vs "색깔론" 격론

김재순 기자 | 입력 : 2019/06/06 [23:19]

▲ 진영간 이념전쟁을 촉발하고 있는 약산 김원봉     ©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고 있으나, 우리는 진영간 이념전쟁으로 허송세월하는 격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지금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이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보복 조치로 미국 수입품에 똑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 

 

올들어 한때 해결점을 찾는 듯하던 양국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쉽게 전쟁의 끝을 보는 듯했었다. 즉,
4월 26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외국인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외자 지분 소유와 독자 경영을 더 많이 허용하겠다.', '상품과 서비스의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말하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기색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사흘 뒤인 29일 미국 무역협상단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협상이 마지막 트랙에 진입했다'며 무역 전쟁의 끝을 예고했던 것.

 

하지만 이러한 해빙 무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5월 5일, 트위터 정치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답게 트위터에 지금까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글을 올렸다.

 

<금요일(10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에서 25% 올리겠다.>

 

다음날 미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이 약속에서 후퇴했다.'며 비난했고, 9일부터 10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린 11차 미·중 무역협상은 '노딜'로 마무리됐다.

 

두 나라의 정상은 서로 합의를 깼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측의 2000억 달러 관세부과에 대해 중국은 600억 달러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맞불작전에 들어갔다. 이에 미국은 곧바로 25% 관세를 부과할 3000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발표했고, 중국 휴대폰업체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명단, 곧 블랙리스트에 등재하며 화웨이 때리기에 들어갔고,  동맹국들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거래 제한 기업이 되면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 정부는 승인해줄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사실상 거래중단이다.

 

이 거래 제한 조치 뒤, 실제로 구글과 인텔, 퀄컴 등 화웨이와 거래를 하던 주요 기업들이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은 동맹국에 포홤된 우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자 중국이 꺼내든 히든카드는 '희토류' 수출금지. 희토류는 첨단기술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금속류 자원으로,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95%를 중국에서 생산할 정도로 중국 의존이 큰 자원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가 과연 미국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은 의문이다.

 

문제는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세계 무역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은행도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올해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6%로 낮췄다. 우리나라는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에 대한 수출이 올해만도 20%정도 떨어지는 등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가 대외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헤어나기 어려운 경영어려움에 빠지는 기업들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우리 경제가 대미 수출 의존도 12%에, 대중국 수츨의존도는 26% 이상 되는 형편이어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내부 사정은 어떠한가.

 

'정치권발 장기 불황' 그자체에 대외 위험인자가 증가하는 모양새 그대로다. 국회는 올 들어 제대로 본회의한번 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각 당 원내사령탑이 바뀌어 운영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려해도 임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경안과 각종 민생 법안들은 각 상임위와 소위원회 심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 미중 무역전쟁에 대응, 국회 소관 상임위를 열어놓고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을 판에 10개월 앞둔 내년 총선 전략만 생각하는듯하다.

 

현충일을 맞은 6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식 추념사는 여야 고질적 정쟁을 재차 촉발시키기만 했다.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자고 한 마디 한 것도 '김원봉' 한 마디에 하루종일 진영간 부글부글 이념전쟁을 벌여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통해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며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보수와 진보의 화합을 당부하면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 저는 보수든 진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보수진영과 보수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의 추념사는 귀를 의심케 한다.  호국영령들의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김원봉의 광복군 활동을 언급한 데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인데,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한 김원봉을 서훈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반발한 것이다.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 이분법 시대는 지났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진영 언급을 하면 할 수록 '편가르기식'으로 이해돼 서로 부글부글 끓기만 한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면서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통해 "6·25에서 전사한 호국영령 앞에서 김원봉에 대한 헌사를 낭독한 대통령이야말로 상식의 선 안에 있는가"라며 "귀를 의심케 하는 추념사였다. 대통령의 추념사 속 역사인식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6·25전사자가 가장 많이 묻혀있는 곳에서 6·25전쟁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한마디 못하면서 북한의 6·25전쟁 공훈자를 굳이 소환해 치켜세우며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지 않느냐"고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을 비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달랐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야권을 향해 "색깔론을 덧칠한 역사왜곡"이라며 "채명신 장군이 5·16군사쿠데타에 참여하고 국가재건회의에 참여했다고 해서 민주인사들을 탄압하고 독재를 추종했다고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독립영웅 김원봉이 친일경찰 노덕술에게 굴욕을 당하고 쫓기듯 북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것대로 애달파할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각종 기사들도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보수진영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대체로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국민은 문재인의 현충일망언을 엄중히 규탄 한다"는 것이 주류이고, 진보쪽 댓글참여자들은 "일제 강점기때, 친일하연서 배불리던 후손들이 제일 난리친다"며 비난한다.

 

문제는 이날 격론으로 끝날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논란은 김원봉에 대한 서훈 추서 문제로도 불이 옮겨붙을게 자명하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이 정부에서 김원봉에 서훈을 안기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은 보훈처를 넘어 방송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며 "여기에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당시 정태옥 한국당 의원이 '김원봉을 국가보훈 대상자로 서훈할 것이냐'고 질의하자 "현재 기준으로는 되지 않는다"면서도 "의견을 수렴 중이며 (서훈 수여) 가능성은 있다"고 답한 바 있어 주목된다.

 

현재 방영 중인 MBC드라마 '이몽'에는 일제강점기 김원봉의 활약 등이 다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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