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방안, 정부가 ‘현실 패싱’ 비판받는 이유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9/01/29 [11:28]

양육비 미지급 방안, 정부가 ‘현실 패싱’ 비판받는 이유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9/01/29 [11:28]

언제까지 토론을 들어야하고 사례 수집을 해야하는 건가? 아이의 친엄마로부터 양육비 14500만원을 받아야 하고 강제집행명령까지 받았지만 지금까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받았고 문자 한건당 1천만원을 내라고 한다. 그 비용이 16천만원이다. 오늘 이 자리에 우리 아이도 있다. 우리 아이는 최근 자해를 했다. 살고 싶지 않다

                                                              양육비해결모임 회원 A

 

“(양육비를 받지 못해) 2번의 쉼터 생활을 했다. 경찰서에서 시댁 사람들에게 폭행당하기도 했다. 남편이 양육비를 주지 않아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 범죄자를 만들었다고 하더라. 여성법률상담소에서는 나한테 참으라’, ‘나쁜 친구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여기 모이신 전문가 분들 토론회 시작 전에 사진을 먼저 찍으셨다. 피해자들의 피와 눈물을 어떤 성과물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

                                                                   한부모 가정 가장 B

 

 

▲ 지난 28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한부모가족 자녀 양육비 이행 강화방안 토론회’는 한국여성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연구의뢰를 받은 양육비 이행지원 강화방안을 검토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여성가족부 등은 강화방안 검토 이후 해결책에 대한 결과를 발표 할 예정이다. <사진 = 성혜미 기자>   

 

지난 28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한부모가족 자녀 양육비 이행 강화방안 토론회는 한국여성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연구의뢰를 받은 양육비 이행지원 강화방안을 검토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여성가족부 등은 강화방안 검토 이후 해결책에 대한 결과를 발표 할 예정이다. 문제는 결과 발표에 앞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AB씨가 비판 한 것처럼, 전문가들이 밝힌 개선점과 피해 당사자의 현실적 요구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번 결과발표를 한해 넘게 기다려왔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새로울 것도 없는 사례발표 모음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전문가들은 원론적인 이야기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만 말한다. 그리고 당장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말한 방안은 시간과 예산이 발생한다. 실행이 될 때까지 많은 피해사례가 쌓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과 제도의 괴리

토론 발제자인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위원은 양육비 미지급 해결과 관련해 장기적 양육비 대지급 수당 도입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확대 감치명령의 요건 완화 및 절차 개선을 골자로 한 사법 사법적 제재조치 강화 양육비 직접 징수 등의 관리원 기능 강화를 주장했다.

 

양해모 등 양육비 미지급으로 피해를 겪은 이들은 한국여성정책연구위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장기적 양육비 대지급 수당 도입과 관련해 강 부대표는 대지급 제도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양육비를 국가가 대신 지급하면 이혼을 부추긴다는 우려와 재정적 문제로 도입되지 않았다면서 필요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나 국회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면 시간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예산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 연구위원 역시 재정 문제를 인식한 듯 발표에서 단기적으로 저소득 한부모가족을 위한 공공부조 체계를 현실화하고 장기적 과제로 점진적으로 양육비 대지급 수당 완성 형태로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 정책적 전략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지급 제도의 대안으로 제시된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확대 역시 시간과 예산 문제가 발생한다. 강 부대표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확대는 구상권을 전제로 하는 긴급복지급여의 성격을 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구상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면서 이는 법원의 소송절차가 있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에 대한 구상절차를 국세체납의 예에 따르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것 역시 시간과 예산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양육비 해결을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역할을 키우며 양육비 미지급 사태에 대해 사법적 제재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서 문제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법원 절차를 대신 해 주는 기관’, ‘판결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취할 수 있는 강제조치수단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부대표는 이는 기존의 법원을 통한 이행확보 제도를 그대로 둔 채 그 절차를 대행하는 전담기관으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출범시켰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바꾸는 과정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부대표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정부의 양육비 피해 아동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양육비해결모임은 "양육비는 아이들의 생존권과 직결돼 있으며 고통 받고 있는 피해 아동은 100만명이 넘는다"며 정부에 비양육부모 대상 아동학대죄 적용, 운전면허 취소 및 여권발급 정지, 신상 공개, 국가대지급제도 마련 등을 요구했다. <사진 = 뉴시스>   

 

양육비 미지급 문제, 아동학대로 접근해야

강 부대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인해 아이들을 포함한 피해자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점에서 이는 아동학대다.

 

실제 이혼 후 생활고를 겪는 한부모 가정은 80%지만 양육비 미지급 비율은 32%·감치 실행율은 11% 밖에 되지 않는다. 토론회의 질의응답에서 비판을 쏟아낸 B씨 역시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생활고를 겪은 사례 중 하나다.

 

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 몇몇은 아동학대 적용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다. 토론 발제를 맡은 박 연구위원은 법 해석의 가능성이 있지만 인식의 전환이 먼저라면서 법 개정의 문제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 역시 민사법적 영역 문제인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해결수단으로 형사적 제재를 선택하는 것은 대한민국헌법37조제2항에 의한 비례성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아동복리증진이라는 목적은 정당하다 하더라도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형사법적 제재는 그 방법이 적정하다고 할 수 없고 형벌은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최소피해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육비 지급의무 불이행이 아동학대범죄의 방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양육비 채무자는 미지급 행위자체로 방임행위를 할 개연성 또는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행위, 즉 간접적 행위자이지 직접적 행위자는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양육비 미지급 사례에 대한 제도 개선 및 법 개정은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아동학대와 같은 인식 전환 역시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마음처럼 쉽지 않은문제라는 이야기다.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그 동안 피해를 겪는 이들의 고통은 길어지고 심화된다.

 

강 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우리가 불법임을 알고도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를 진행하는 것은 가장 빠르게 생활고와 아동학대의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아이를 위한 일이다. 제도가 받쳐주질 못한다. 하지만 이것이 방법이다. 그래서 이것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간과 예산을 들이지 않고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강 부대표는 먼저 시간과 예산을 절약하면서 가장 실효성이 있는 부분은 바로 신상공개다. 현재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고칠 수 있다. 베드파더스가 행했던 신상공개를 우리가 진행하면서 그 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수월하게 풀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들은 신상공개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면서 신상공개는 단순히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의 망신주기가 아니라 법이 지켜주지 못한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함이고 그들(비양육자)에게 반성의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그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운전면허 취소를 말한다. 그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은 재산으로 인정되는 차량 등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소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아예 운전면허를 취소해 재산 소유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자막으로 강 부대표는 미지급자에 대한 여권취소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육비 미지급을 통한 법적 조치가 진행된 이들 중에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강 부대표는 신상공개에 대한 문제해결,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 등은 효과적이면서도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 당장 조치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국가가 양육비를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한부모 가정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즉각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결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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