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9/01/28 [14:21]

산 넘어 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9/01/28 [14:21]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공정경제추진전력회의에서 밝힌 말이다. 문 대통령은 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하는 ‘스튜더드십 코드’를 통해 ‘중대한 위법을 저지른 기업’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진 = 뉴시스>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3일 공정경제추진전력회의에서 밝힌 말이다. 문 대통령은 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하는 스튜더드십 코드를 통해 중대한 위법을 저지른 기업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첫 대상은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2.45%를 소유한 2대 주주다. 또한 한진칼의 지분은 7.34%로 조 회장 일가(28.93%), 국내 사모펀드(PEF)KCGI(10.71%)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개편해 만든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의 반대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의견을 밝힌 9명의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 가운데 대한항공 주주권행사 관련, 찬성이 2, 반대가 7명이었다. 한진칼에 대해서도 찬성 4, 반대 5명으로 주주권행사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찬성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반대 측은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기금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주주권 행사가 독이라고?

2·3대 주주이이면서도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수탁위원장인 박상수 경희대 교수의 이름이 거론한다. 박 교수는 과거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득보다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국민연금 운용이 절대적으로 정부의 통제와 관리에 예속돼 있고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 역시 정부의 산하기관에 불과한 구조로 짜여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박 교수가 스튜어드십 코드 반대에 앞장서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금융제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이력이 밝혀지기도 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반대론자인 박 교수가 위원장을 맡으면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 박 교수는 지난 23일 회의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재계와 자유한국당의 반발이다.

 

경영자 모임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하게 반대한다. 이들은 최근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 자체가 스튜어트십코드가 민간의 자율적인 연성 규범이라기보다는 기업의 길들이기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독립성 이슈도 중요하지만 스튜어트십 코드가 처음 발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발동의 요건과 기준 등을 잘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어떤 것을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보는지, 발동을 하게될 경우 어떤 방법이 맞는 건 지, 대상 기업 등에 대한 기준과 판단절차 및 내용 등을 잘 갖춰놓아야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공적연금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우리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는 국민의 집사가 아닌 정권의 집사 노릇이 될 수 있다국민연금의 독립성 보장 노력도 없이 갑자기 스튜어드십코드 꺼낸 것 자체가 정권의 집사 노릇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가치 제고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필요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조현민 전 부사장의 물컵 갑질로 시작된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일탈은 일파만파로 확산되어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상당한 정도의 범죄혐의가 확인되어 국민연금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의 좋은 기회를 포기한 전문위의 결정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한 주주권행사 강화 정책과, 어제 청와대 회의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진사태와 같이 주주가치 훼손이 명백한 사안의 경우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이 있기 전에 전문위가 먼저 나서서 적극적 주주권행사를 요구했어야 한다면서 전문위 구성원은 위원회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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