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비둘기의 하소연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9/01/24 [12:45]

억울한 비둘기의 하소연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9/01/24 [12:45]

▲ 현재 도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비둘기는 외래종이며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방생하면서 개체수가 증가했다. <사진=무료 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 메아리 소리 해맑은 오솔길을 따라 산새들 노래 즐거운 옹달샘터에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 집을 지어요.

 -1976년 비둘기 집 가사 일부-

 

우리 조상은 외국에서 왔어요. 사람들은 우리를 외래종인 집비둘기라고 부릅니다.정확히 언제부터 한국에 살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초대된 이후 우리들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한국 사람들은 서울 시청이란 곳에 우리들의 둥지를 만들어 줬고, 심지어 옥상에서 먹이를 주며 친절함을 베풀었어요. 평화와 번영을 우리가 보여준다고 생각했거든요. 올림픽 당시 성화의 불길에 의해 많은 동족들이 사고를 당했지만, 우리들은 노래 가사에 나왔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다정한 이미지를 줬고, 평화와 부부금슬의 대명사로 불리며 사랑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며 우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그리고 우리는 어느 순간 더럽고 지저분한’, ‘병을 옮기는 존재로 불리며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을 느껴야 했죠. 심지어 우린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왜 사람들은 필요할 때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고, 필요 없어지니 천덕꾸러기 취급 하는 걸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우리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꽤 오랜 역사가 있어요”

우리의 역사는 꽤 길어요. 우리는 기원전 3000년에 이집트에서 인도비둘기를 길들여 사육한 것이 시초라는 설과 비슷한 시기 메소포타미아의 절벽에 살던 조상들이 사람들에 의해 가축화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절벽에서 살았다고 해서 우리는 락비둘기(ROCK DOVE)라고 불리기도 해요. 이후 우리는 여러 차례 개량을 거듭한 이래 500여 종 이상으로 늘어났어요. 보통 빛깔은 어두워요. 회색바탕에 날개에 검은띠 2줄이 있답니다. 평균 크기는 29~35cm정도고요. 우리는 대략 5년 정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해요. 보통 새들이 1년에 1번 정도 출산을 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1년에 4~6번까지 가능해요.

 

출산을 많이 할 수 있어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사람들과 비슷해요. 이유식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이거든요. 사람들은 이를 피존 밀크(pigeon milk)’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아기들에게 음식을 녹인 형태로 공급하는 거예요. 이렇게 먹이면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고 각종 면역성분이 함유된 농축 영양덩어리여서 성장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실제 우리 아이들은 태어난 지 34~36시간 만에 몸무게를 두 배로 늘리고, 4~6주가 지나면 거의 다 자라 독립을 해요.

 

빠른 독립을 하지만 귀소본능이 강해요. 아주 오래전에 성경이란 책에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나오죠. 노아가 홍수가 끝난 것을 알아보기 위해 방주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내 돌아오게 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본능 때문에 우리는 아기를 낳을 때 같은 곳을 찾아가곤 합니다.

 

서럽고 억울하다

우리가 과거와 달리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 정도예요. 일단 배설물이죠. 아무래도 우리의 수가 많다보니 배설물도 많습니다. 우리 배설물에는 산성도가 높아서 건물의 부식을 가져온다고 해요. 여기에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재도 포함됩니다. 미관상, 그리고 보존이 좋지 않다는 것이죠. 하지만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사람들은 방생이란 것을 한다고 해요. 방생이란 것이 다른 사람들이 잡은 물고기··짐승 따위의 산 것들을 사서 자연에 놓아준다는 말인데, 여기에 외래종을 놓아주면 기존에 있던 종들이 불편을 겪어요. 또 최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천어축제역시 외국 친구들이 이용되면서 환경문제가 제기되잖아요. 하지만 이는 방생이나 이용당한 동물의 탓이 아니에요.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서울올림픽과 같은 축제에 초대받은 손님이었는데, 그 축제가 끝나자 비난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속상해요.

 

더 서러운 부분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virus·이하 AI)와 관련한 것입니다. 사람들 중 우리를 연구하는 이들은 비둘기로 인한 조류인플루엔자 사례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은 어려우니 우리를 아끼는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 이윤경 전임연구원님의 말씀을 인용할게요.

 

“철새와 같은 야생조류와 가금류 간에 정확한 감염경로가 밝혀져 있지 않다. 철새가 가금류을 감기 걸리게 했다는 것은 객관적인 자료 없이 과장된 추측성 결론인 셈이다. 가금류의 AI 감염경로에 대한 연구와 함께 이제는 가금류의 면역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육장의 환경개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사실 여러분이 아시는 것보다 자주 씻고 깨끗한 몸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새라는 존재에게 깃털은 소중하거든요. 새에게 있어 깃털은 방수와 보온역할을 해줘요. 만약 비가 왔을 때 털이 젖어버리면 체온이 떨어져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관리를 해요. 물을 이용하기도 하고, 부리를 사용하기도 해요. 하루 중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바로 몸단장이에요. 또 우리가 날개짓을 할 때 여러 각종 진드기들이 떨어진다고 오해를 하시는데요. 아닙니다. 여러분이 진드기라고 생각해보세요. 진드기는 붙어야 살 수 있는 존재예요. 날개짓을 한다고 쉽게 떨어지거나 하지 않아요. 자기들 생존이 달려있거든요.

 

사람들은 이제 우리를 두고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고 해요.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이 방법이 음식물을 주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예전에 어느 할머니는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시다가 다른 사람에게 비난 받는 걸 봤어요. 음식물을 주지 말라고 홍보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일까요? 우리는 사람들이 주는 음식보다 그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에 의존해요. 식당이 많이 모인 곳에 가면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가 많거든요. 물론 요새 플라스틱으로 된 쓰레기통은 우리가 음식을 먹기에 불편하지만, 주변에 떨어진 것들이 많아 우리는 자주 이용합니다.

 

사람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는 사람들의 욕심에 의해 왔고, 그 욕심에 의해 다시 비난받고 있어요. 이렇게 된 것은 우리의 탓이 아니에요. 최근에 동물을 위한 단체인 케어라는 곳에서 기준 없는 안락사 논란이 있었죠. 우리는 삶은 물론 죽음까지도 사람들에게 영향 받습니다. 개체수 조절을 위해 사람들은 사람을 죽이고 굶기나요? 조금 더 우리의 시각에서 나오는 방법들을 생각해주세요. 우리도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사는 생명체니까요.

 

▲비둘기는 인간과 함께 도시에서 공생하며 살아가야할 생명체다. <사진=무료 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이윤경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 박사 인터뷰 내용>

 

흔히 도시에서 비둘기를 많이 볼 수 있다. 왜 그런 것인가?

도시 비둘기는 외래종이며 바위나 절벽 같은 곳을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 살게 되면서 절벽과 유사한 빌딩 등에 적용했다. 원래 우리나라에 별로 없던 종이던 현재의 비둘기가 급속하게 퍼진 계기는 88올림픽 때 비둘기를 날리는 행사를 하면서 급속하게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살아남은 것이다. 복합적으로 방생했을 때 살아갈 수 없으면 개체군이 증가하지 않는다.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는 등 도심의 여러 여건들이 비둘기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많은 수가 무리지어 다니기도 한다. 이것을 좋아하지 않는 시선이 많다.

비둘기의 종류가 다양해서 종마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집비둘기는 모여서 함께 둥지를 틀어 번식하는 습성이 있는 사회성 종이다. 이렇게 무리생활을 하면 유리한 점이 많은데, 예를 들면 포식당할 위험성이 줄어들고, 어디에 먹이가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게 되어 쉽게 먹이를 찾을 수 있다. 

 

유독 도시에 몰려 산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실제로 전국 비둘기 개체수를 측정한 자료는 없지만 외곽 지역에도 절벽과 유사한 교량 등에 많은 비둘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도심에 많아 보이는 이유는 사람들 눈에 잘 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닭둘기라고도 불리며 흔히 좋지 않은 이미지가 강하다.

사람들이 통통한 비둘기를 보며 닭둘기라고 얘기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비둘기 체형 자체가 통통하다. 물론 비둘기가 잡식성이라 길에 떨어진 쓰레기나 사람이 먹던 기름진 음식들을 잘 먹는다. 먹이가 많아서 살이 쪘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개체수와도 연관이 있다. 먹을 것이 많기 때문에 다른 조류에 비해 새끼를 자주 많이 낳는다.

 

흔히 사람들 인식에는 비둘기가 매우 더럽다고 생각한다.

조류에게 자기 깃털은 곧 생명이다. 깃털은 방수와 보온역할을 해준다. 만약 비가 왔을 때 털이 젖어버리면 체온이 떨어져 생명과 직결된다. 그렇다보니 굉장히 관리를 많이 한다. 새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행동이 자기 깃털 정리다.

  

개체수 조절에 대한 이야기 나온다.

비둘기의 배변이 산성화이기 때문에 문화재나 건물이 훼손된다는 민원이 많다. 미관상 이유가 가장 크다. 이 부분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먹이 제한 등의 조치가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비둘기를 비롯해 행사 축제라며 외래 동물들을 풀어놓는다. 초래할 결과를 고민하지도 않고 인간이 생태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방생함으로서 초래될 영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해결도 이 문제 인식에서 나와야 한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