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보다 더 값진 심석희 선수의 ‘미투’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9/01/09 [17:40]

금메달보다 더 값진 심석희 선수의 ‘미투’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9/01/09 [17:40]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심석희(한국체대) 선수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사진=뉴시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심석희 선수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만 17세 미성년인 고교 2학년 때부터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직전까지 4년간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심석희 선수는 피해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했다. 심석희 선수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범죄행위의 피해사실이 밝혀질 경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로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견뎌야 할 추가적인 피해와 혹시 모를 가해자의 보복이 너무나 두려웠고, 자신만큼 큰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생각해 (심석희가)최근까지 이 모든 일을 혼자서 감내해왔다”고 밝혔다. 

 

심석희 선수의 폭로, 그 이후

심석희 선수와 조재범 전 코치와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평창올림픽 개막을 20여일 앞둔 1월 16일. 이날 심석희 선수는 진천 선수촌을 이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하기 하루 전이었다.

 

빙상연맹은 이와 관련 “심석희 선수가 몸살을 앓고 있어서 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감사에서 밝혀진 이유는 조재범 전 코치의 폭행 땜누이었다. 평창올림픽에 대비 훈련 과정에서 조 전 코치의 무차별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선수촌을 빠져 나온 것이다. 심석희 선수는 이와 관련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면서 “그때 이후로는 거의 항상 꿈을 꾼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심석희 선수의 미투 이후다. 조 전 코치 측은 폭행과 관련해 ‘선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문제는 성적지상주의, 성적이 좋으면 폭력도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다는 잘못된 지도방식에 대한 믿음이 스포츠계에 만연함을 방증한다.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 조 전 코치가 폭행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을 당시 빙상연맹 관계자들의 선처 요구를 상기한다면, 심석희 선수의 향후 관련 재판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가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법원에서 선수들을 상습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재판에 증인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심석희 선수의 폭로는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폭로까지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고, 그 이후에도 2차·3차 피해를 받곤 했다. 그들은 엄연한 피해자이지만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배우 반민정이 그랬고 유투버 양예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김지은씨도 마찬가지였다.

 

미투 운동은 피해를 입은 몇몇 개인의 단발성 고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비슷한 피해를 당했거나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를 바로잡고자 하는 중요한 ‘연대행동’이다.  

 

정슬아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문제의식자체가 만들어 지고 공유되는 것 자체는 유의미 한 것”이라면서 “문제 의식이 공유된 뒤 사회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 단순히 가십이 되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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