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가해자, 반민정은 또 다시 피해를 입는다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9/01/07 [14:26]

당당한 가해자, 반민정은 또 다시 피해를 입는다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9/01/07 [14:26]

저는 이 판결이 영화계의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연기와 연기를 빙자한 성폭력은 다릅니다. 폭력은 관행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잘못된 관행은 사라져야 합니다. (중략)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룰을 파괴한다면 그런 예술은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이번 판결이 한 개인의 성폭력 사건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계의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선례로 남기를 바랍니다. 조덕제의 행위, 그것은,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

                -2018913일 대법원 판결 이후 반민정의 기자회견 내용 중-

 

2018913일 배우 반민정의 대법원 판결은 영화 촬영현장에서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로 기록된다. 대법원 판결까지 1300여일이 걸렸고, 반민정은 이 기간 동안 언론의 끊임없는 자극적 기사에 노출되며, 2차 피해 입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15년 416저예산 영화 <사랑은 없다촬영장에서 발생했다영화의 13번째 장면을 촬영하면서 배우 조덕제는 반민정의 가슴을 쥐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영화 시나리오와 다른 행동에 반민정은 감독과 조덕제에 사과를 요구했다조덕제는 연기에 몰입해서 그런 것 같다고 밝혔고이후에도 문자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또한 영화에서 자진하차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반민정은 달랐다조덕제와 더 이상 촬영을 이어갈 수 없었다이에 조덕제는 곧 네가 만지지 말라고 했냐브래지어 찢지 말라했냐며 항의했다반민정은 결국 조덕제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다이에 조덕제는 명예훼손과 무고를 주장했다반민정을 형사 고소했고 민사 소송까지 제기했다.

 

▲ 2018년 9월 13일 배우 반민정의 대법원 판결은 영화 촬영현장에서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로 기록된다. 대법원 판결까지 1300여일이 걸렸고, 반민정은 이 기간 동안 언론의 끊임없는 자극적 기사에 노출되며, 2차 피해 입고 있다. <사진 = 조덕제 페이스북 갈무리>     

 

 

재판 과정

1심 판결은 조덕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덕제 측 변호인은 당시 반민정이 기망의 습벽이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한 근거로 이른바 식당과 병원 사건이 거론됐다. 반민정 측은 항소했다. 2심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영상이었다. 여기서 검사는 이 사건 문제의 영상 중 콘티에 없는 내용들에 대해 피해자는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는데, 그런 경우가 통상 영화 촬영에서 가능한 것인가물었고, 증인으로 출석한 또 다른 배우는 상식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증인은 또 폭력이 들어가거나 이런 장면을 연기할 때는 신체를 만지거나 때리거나하기 때문에 서로 배우들 간에 조심스럽게 내가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냐’, ‘이렇게 할 거다. 그렇게 해도 괜찮겠냐이런 식으로 협의를 한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무죄였던 원심을 파기하고 조덕제에게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연기행위를 벗어나 피해자와 아무런 합의도 없이 연기를 빌미로 피해자의 가슴과 음모를 만지는 강제추행 범행을 함으로써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면서 나아가 피해자를 무고했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게 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신체의 일부 노출과 성행위가 표현되는 영화촬영 과정이라 하더라도 연기를 하는 행위와 연기를 빌미로 강제추행 등의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하고, 연기나 촬영 중에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조덕제 측이 항소했다. 조덕제는 자신의 가슴 노출이 담긴, 치욕적인 강간연기가 찍힌 13번 장면이 영화에 담겨 평생 남게 되는 것을 막고자 피고인(조덕제)이 하지도 않은 행동을 했다고 허위 및 과장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8913. 대법원2(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덕제의 2차 가해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조덕제는 끊임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조덕제는 7일 배우 이유린, 자신의 아내와 함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심경을 밝혔다. 특히 조덕제의 아내 정명화씨는 처음 배우가 교체됐으니 안와도 된다는 연락을 받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면서 그런 사람이었으면 (조덕제와의)인연을 정리하고 제 갈길을 갔을 거다. 제가 여기 나온 건 남편이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확신 때문이다. 남편 삶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촬영중에 문제가 생기면 NG를 낼 수 있는데, 촬영이 끝난 뒤에 생긴 문제다. 아내 아닌 매니저 역할로도 10년 뒷바라지 했다. 현장에선 아내인줄도 몰랐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배우의 성품이나 인격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없다면서 남편이 배우로서 자리잡아가는 상황이었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생기는구나 생각하던 즈음이라 더 안타깝고 아쉽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당시 상황을 재연해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트에서 비슷한 옷을 구해 속옷을 입고 스타킹을 신고 바지를 입은 뒤 뒤에서 손이 들어가는지 안 들어가는지를 직접 해봤다라면서 손이 들어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남편인데도 깜짝 놀라게 되더라. (저항을 한다면)절대 불가능하구나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슬아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미 대법원 판결이 유죄로 나왔고, 새롭게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 피해자가 피해 상황을 이야기 했을 때 이 사회가 같이 해결을 위해 나서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피해자는 의지할 곳이 없어지고 입을 다물게 된다. 이는 미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문제의식자체가 만들어 지고 공유되는 것 자체는 유의미 한 것이라면서도 피해자가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법적인 절차를 거치고 유죄 판결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다시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을 언론이 아무 내용없이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만 내보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 보도는 단순히 양측의 입장을 둘 다 다룬다는 걸로 끝나서도 안된다면서 성폭력 보도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고민을 해야하는 것은 언론이다. 단순히 가십거리로 다뤄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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