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 폭발·실종, 사건은 이용되고 진실은 은폐됐다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12/04 [18:13]

KAL858 폭발·실종, 사건은 이용되고 진실은 은폐됐다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8/12/04 [18:13]

 

▲ 1987년 11월29일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KAL) 858기가 미얀마 상공에서 폭파했다. 당시 정부는 40여 일만에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115명의 실종자를 사망처리 했다.  <사진=시사코리아 자료사진>

 

사건이 발생했다. A는 스스로가 사건의 범인이라고 말한다. 피해자 가족들은 A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수사기관은 A가 범인이라는 증거들을 하나 둘 제시했다. 증거들이 제시될 때 마다 이것이 조작이란 것도 함께 밝혀졌다. 피해자 가족들은 진실을 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 사건 발생 31년만인 2018,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증거물이 제시됐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재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앞서 밝힌 사건은 19871129일 오후 25분 대한항공(KAL) 소속 858편 보잉 707기가 버마 안다만 해상에서 공중폭파해 추락한 것이고, A는 김현희다. 그리고 수사기관은 대한민국 정부다<관련기사 : 1987년 겨울 북풍, 115명 실종자 만들다>

 

115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정부는 이를 북풍으로 이용(무지개 공작), 13대 대선에서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를 밝힌 국정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 위원회(국정원 진실위)는 이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당시 (전두환) 정부와 안기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사건을 여당 후보(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선거 전에 김현희를 압송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며, 전국적인 '북괴 만행 규탄'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내무부, 안기부 등 10개 기관이 합동으로 'Task Force(기동부대)'를 운영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김현희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구제 활용방안을 검토하는 등 사건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사면을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음

 

문제는 국정원 진실위가 이 이상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때 진행된 재조사는 김현희를 만나지도 않은 채 마무리 됐다. 또한 진실위의 활동을 두고 국정원 내부에서 선배들 물먹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많았다. 자연히 국정원을 통한 김씨와의 접촉이 쉽지 않았다는 당시 조사위원의 언론 인터뷰는 국정원 내부에서도 재조사에 대한 반발과 방해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KAL858기 실종 사건 가족회와 함께 15년간 진상을 추적해 온 신성국 신부는 이와 관련해 과거사 진실위는 국정원 산하라면서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KAL858기와 관련해 과거부터 거짓을 발표했는데,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독자적인 기관이 강제 수사권을 가지고 재조사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결국 밝혀낸 것은 무지개 공작 뿐 사고 조사는 물론 실체적 접근 자체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KAL858기 추락 지점인 안다만 해역에서 미얀마 어부에 의해 비행기 기체 잔해들이 지난 1996년 발견됐다. 미얀마 정부는 이를 대한민국에 알렸으나, 잔해들이 국내로 들어오거나 관련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KAL858기의 잔해는 어부들에 의해 고물상에 팔려나가기도 했지만 비교적 부피가 큰 부분들은 해안가에 방치됐다. 최근 한 방송사가 이곳을 찾아 방치된 잔해가 KAL858기라는 것을 확인했다.

 

신 신부는 KAL858기 폭발·추락 사건이 북한 공작이거나 전두환 정권의 공작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진실일 뿐이라면서 지금이라도 기체 일부가 발견됐으면, 정부가 나서서 사고 지점 수면 아래에 잔해가 남아있는 지 확인하고 있으면 인양하면 된다. 또 유해들을 수습하거나 실제 폭발이 있었는지 조사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증거가 발견됐지만 관련 조사는 순탄치 않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항공사고조사팀이 미얀마에서 발견된 기체 잔해분석과 검증을 거절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테러사건이기 때문에 국정원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측은 이와 관련해 답변을 거부했다.

 

신 신부는 일단 항공기 사고는 먼저 조사를 해야한다. 그리고 조사하다 보면 폭약이 나오고 배후가 나오고 테러가 되든가 할 것이라면서 자국민 113(두 명은 외국인)이 죽었다. 정상국가라면 사고조사는 기본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조사팀 만들어서 인근 바다 수색하고 잔해 건져내고 블랙박스 내 신호음 등을 분석하는 등 조사하는 게 상식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부 역시 단 한번도 사과한 적 없다면서 진실이 무엇이든 115명이 죽었다. 정부가 테러를 예방하지 못해서 큰 피해를 입게 했다. 그런데 31년 동안 단 한번도 사과 받지 못했다. 적어도 추모제에는 와야 하는 것 아니냐. 정말 비상식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위와 신 신부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억울한 사람들이 없는 공정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최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면서 실종된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실종자 가족위 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KAL858기 사고 해역에서 비행기 잔해가 나왔으니 정부에서 전면적으로 동체와 유골 발굴을 위한 수색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신성국 신부와의 인터뷰 내용

 

 

-KAL858기 폭발은 과거 테러라고 안기부는 주장했다. 그리고 참여정부 때 이 테러를 전두환 정부가 이용한 점이 밝혀졌다. 이른바 무지개공작이 그것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테러가 아니다. 정부가 사고 발생 처음부터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129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안다만 해역에서 한 미얀마 어부에 의해 KAL858기로 추정되는 비행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국토부 고위 관계자 인터뷰 통해 1987년 사고 당시 정부가 조사하지 않았음을 밝혀냈다. ,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조사를 바탕으로 한 사실이 아니라 지어낸 주장이라는 얘기다. 비행기 폭파 사건이 누구에 의한 소행이든 기체로 추정되는 잔해가 발견됐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조사하면 된다. 정부가 직접 현지로 가서 수면 아래 남아있을 기체를 인양해야 한다. 가족들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원하는 것은 줄곧 진실뿐이다.

 

기존 정부 조사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1996년 미얀마 정부는 우리 측에 KAL858기로 추정되는 기체를 발견했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저 공무원 몇 명을 보냈을 뿐 기체 수습 등 최소한의 조사를 실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얀마 주민들이 옮기기 어려운 기체 몇 개를 제외하고는 고물상에 팔았다고 한다. JTBC제작진이 발견한 잔해는 해변에 남아있던 것들이다또한 정상국가라면 자국민 113명이 죽은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게 기본이다. 국토교통부가 사고 발생 지역 수색하고 잔해를 찾아야 한다. 비행기 내 블랙박스를 찾아서 신호음 등을 분석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이런 조사들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저 바레인에서 김현희 데리고 와서 "이 사람이 폭팔범"이라고 주장만 하고 진실을 은폐했다. 가족들이 정부에 직접 김현희와 만남을 요구했지만 31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다. 정부는 오히려 진상규명을 요구할 수 도록 '빨갱이'프레임을 씌워서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참여정부 당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KAL858사고 이후 전두환 정권의 공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과거사 위원회가 독립된 기구가 아니다. 국가정보원 산하 기구다. 과거 공작을 주도한 곳이 국정원이다. 과연 자신의 치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했을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김현희를 강제로 데리고 올 수 있는 권한 조차 없었다. 무엇보다 '무지개 공작'역시 어떠한 객관적인 물증이나 사건을 뒷받침할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항공기 사고가 났다고 하면 반드시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피해가족들에게도 각각 79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알고있다.

보험금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당시 동양화재보험에 1차 보험 가입하고 동양화재는 영국 로이드 국제보험에 2차 보험 가입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영국 로이드 보험에 청구하지 않았다. 보험금을 받으려면 영국 측으로부터 실사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가 발표한 내용들이 전부 새빨간 거짓말인 것이 들통날까봐 두려워서 애초에 청구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위로금 명목으로 가족들에게 돈을 지급했다. 왜 민간기업이 가족들에게 보험금이 아니라 보상금을 주는가. 뒤에 정부가 있다는 말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 보험금에 대한 질의를 2004년에 보냈는데 여전히 회신이 없다.

 

사고 발생 30년이 넘었다. 기체에서 무언가가 발견될 확률이 낮지 않은가.

200년 전 바다에 잠긴 보물선도 그대로 보존되서 발견되지 않는가. 바다에는 염분이 있어서 녹이 안 슨다. 공소시효 문제 역시 관계 없다. 반인류범죄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항공기 사고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새로운 증거나 중요한 증거가 나오면 재조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움직일 의지가 없다. 또 항공기에 폭탄이 설치돼서 공중에서 폭발한다고 해도 산산조각나지 않는다고 들었다. 폭탄이 터진 부분만 구멍이 날 뿐 바로 추락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유해가 손실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시급히 재조사해야 한다. 다른 사건들과 달리 칼기 사건 특징은 115명 중 한 사람의 유해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유족'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가족회'라고 말하는 이유 역시 시신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가족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하지 않은 조사를 잔해로 추정되는 기체가 발견된 지금이라도 하라는 것이다. 국토부에 조사해달라고 하면 "테러사건은 국정원이 해야지 왜 우리가 관여하느냐"는 답변이 온다. 처음부터 테러사건인 항공기 사고가 어디있느냐. 테러 여부는 조사 과정에서 판단해야 한다. 지금 잔해가 발견된 것은 일반 어부가 들어올린 것이다. 상당수 잔해가 현재 수심에 있을 것이다. 인양해서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부는 단 한번도 사과한 적 없다. 진실이 무엇이든 115명이 죽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정부가 테러를 예방하지 못해서 큰 피해를 입게 했다. 죄송하다고 피해가족들한테 얘기해야한다. 그러나 가족들은 31년 동안 단 한번도 정부로 부터 사과 받지 못했다. 적어도 추모제에는 찾아오는게 인간의 도리 아닌가. 정말 비상식적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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