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철수로 남겨진 인도네시아 한국기업 노동자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 기사입력 2018/11/27 [11:11]

나이키 철수로 남겨진 인도네시아 한국기업 노동자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 입력 : 2018/11/27 [11:11]

 

▲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노동력 착취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www.dollarsandsense.org]     © 운영자

 

노동착취공장에 반대하는 미국 대학생연합(United Students Against Sweatshops)”은 최근 나이키 반대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학생들이 자국의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는 나이키가 2018년 들어 인도네시아 의류 생산을 전면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이 나이키의 의류 생산을 담당하던 인도네시아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던 3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은 이번 나이키의 철수로 인하여 실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이키를 위해 의류와 잡화를 생산하던 상당수의 공장은 한국기업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한국공장 노동자들의 불안한 미래

한국의 의류기업인 호전실업에 의해 운영되는 가호(Kaho)” 2공장 노동자들은 10월 초, 회사로부터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다.

 

나이키 물량 철수로 인하여 퇴직금을 받고 공장을 떠나거나 아니면 현재 공장에서 차로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다른 공장에서 계속 일할지를 선택해야만 한다.

 

2006년부터 나이키의 주문을 생산해오면서 청춘을 공장에서 보낸 노동자들로서는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회사가 차라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 했다.

 

필자를 포함한 기업인권네트워크조사단이 나이키 철수에 따른 인도네시아 한국기업 조사를 위해 자카르타를 방문해서 만난 가호 노동자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노동법에 따르면 정리해고 시 받는 보상금이 자발적 퇴직의 경우보다 훨씬 더 높다.

 

한국기업들이 정리해고 보상금의 절반 수준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시작한 퇴직 프로그램으로 이미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갔지만, 5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순순히 회사가 원하는 대로 그만 둘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여성노동자들이 지금보다 1시간 반이 더 걸리는 통근시간 부담을 각오한 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도 있지만 정해진 물량을 못 채웠다는 이유로 뙤약볕에 4시간씩 서 있어야 했던 굴욕과 폭력에 맞서 싸우며 건설한 노동조합을 계속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커보였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긴 통근시간을 감내해야하는 노동자들은 회사에 통근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가호의 경우에 아직 500명의 노동자들이 남아서 싸우고 있다면, 나이키 가방을 생산하던 가나안 그룹의 드림센토사(Dream Sentosa Indonesia)”201712월에 공장을 폐쇄한 후에 노동자들에게 사직을 강요했다.

 

만약 노동자들이 사직을 받아 들이지 않는 다면 한국 공장주는 야반도주 할 것이고, 그러면 노동자들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였다. 이에 따라 6000명의 여성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지만 여전히 이를 거부하는 36명의 노동자들에 대해 회사는 사직프로그램을 받아들이지 않는 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고소하였고, 법원은 20187, 노동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이키의 신발을 제외한 의류 및 잡화 물량 철수는 가호와 드림센토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한국기업의 노동자들도 불안과 실직의 공포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한국정부는 나이키에 항의할 수 없는가?

이번 나이키 물량 철수 사태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공장에서 생산량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자행된 각종 인권침해와 임금체불 및 야반도주에 대해 한국정부는 방관하고 있다.

 

아니 이런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건은 외면하고 싼값에 물건을 받으려는 나이키 같은 브랜드들의 횡포는 한국기업의 강압적인 노무관리를 불러왔다.

 

한국기업 역시도 노동조합을 불온하게 보는 시각이 강했기 때문에,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꾸준히 최저임금 인상을 이뤄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에서의 노동권 향상이 일정정도 진행되자 이제는 나이키가 물량철수라는 칼을 휘두르고 있다. 표면적으로 경영합리화를 위해 물량주문을 중단한다는 것이 나이키의 입장이지만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나이키의 이런 행태가 그동안 피 땀흘려 이룩해온 노동권을 짓밟는 것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나이키 뿐만 아니라 한국기업에도 향하고 있다.

 

2011년에 UN에서 통과된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이후로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기업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한국정부가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예방조치를 세울 것을 요구 받게 되었다. 더욱이 미국의 대학생들과 인도네시아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과거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한다는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최소한 진지하게 인식하고 접근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테면, 주 인도네시아 한국 대사관이 인도네시아 노동법조차 지키지 않는 한국기업으로 피해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국경을 뛰어넘으며 한꺼번에 수많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기로 몰고 있는 거대 브랜드의 횡포에 말 못하는 한국기업들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나이키의 이러한 횡포에 항의해야한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인 인도네시아와의 우호와 협력, 그리고 한국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라도 의류산업에 있어서 브랜드의 횡포에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케이팝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이웃은 한국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실직 혹은 이에 준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한국정부와 기업이 진정성 있게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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