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와 직무유기’…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는 분양사기 수준 범죄”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11/15 [17:15]

‘민영화와 직무유기’…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는 분양사기 수준 범죄”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8/11/15 [17:15]

 

▲  노량진 구(舊) 수산시장 철거가 시작되는 지난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구 시장이 단수, 단전 돼 을씨년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단전·단수와 폭력적 강제집행 그리고 소송과 지속되는 감시 등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삶의 터전이 아니라 삶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 ‘현대화’라는 프레임 속에 ‘구시장’, ‘구시장 상인’이라 불리며, 수협 측의 제안을 단지 ‘이기심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는 집단이란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상인 개인들이 갖는 단순한 ‘이기심’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 야기한 갈등은 ‘공기업의 민영화’가 시작된 지난 1997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개설자는 서울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아래 농안법)에 따르면 노량진수산시장은 서울시가 개설한 ‘농수산물 중앙도매시장’이다.

 

서울역 뒤편에 자리 잡고 있던 수산물 도매시장이 노량진으로 이전한 것은 1974년. 당시 서울시는 농어촌개발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냉장에 노량진 수산시장의 관리를 맡겼다. 1997년 IMF 당시 김대중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냉장도 매각 수순을 밟았다.

 

지난 2002년 수협 측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건물과 부지를 인수하면서 1503억원을 지불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지금까지 수협노량진수산으로부터 무상으로 토지와 건물을 임대한 뒤 이를 다시 수협노량진수산에 관리권과 운영권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수협이 이를 인수할 당시 ‘도매 시장의 공공성을 위해 비영리단체인 수협중앙회가 인수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와 달리 위탁용역비(임대료 등의 명목)로 수협노량진수산으로부터 매년 120억원 정도를 거둬들였다는 점이다. 이는 수협 측이 의뢰를 받아 작성된 한 용역보고서에 나타난 적정임대 수입료보다 4배가 높은 수치다.(적정임대수입은 2002년 약 34.5억 원, 2003년 약 31.5억 원, 2004년 29.3억 원)

 

그리고 현재 수협은 2009년 이뤄진 기존 시장 상인회와 수협의 합의문을 근거로 ‘상인들이 이주를 약속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인들은 “우리 상인들은 수협이 설계도대로 지어줄 줄 알았는데 막상 지은 건물에 들어가 보니 ‘이건 아니다’, ‘과연 장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다시 공청회를 열어 검토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에 서울시는 “수협의 자산인 시장 점포에 법적 개입은 어렵다. 서울시가 시장개설자이지만 농안법상 판매상인은 관리대상이 아니”라면서 “수협중앙회가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이고 대법원도 자산을 인정한 판결을 내놨기에 개입이 어렵다” 설명했다.

 

결국 이 문제는 폭력적 강제집행·단전단수·상인들에 대한 무차별 소송 등을 낳았다.

 

▲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가 시행된지 일주일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는 발전기를 이용한 전기와 촛불로 시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5년부터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를 조사 해 온 김상철 나라살림 연구소 연구위원은 수협 측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또 다른 국가 폭력이 되어간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 준공된 신시장 건물은 2009년 상인들과 합의했던 건물의 구조가 아니다. 계획보다 3분의 1정도가 좁게 지어졌다”면서 “지금 수협은 1층 건물을 2층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넓어졌다’고 얘기한다. 이는 집을 계약했는데 집 짓는 사람이 복층으로 만들어놓고 면적은 똑같지 않냐고 주장하는 셈이다. 전체 면적은 넓어졌을지 모르지만 복층이라면 천장도 낮고 각각의 방은 작아지지 않느냐”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1층짜리 시장계획을 2층으로 만들어 놓으면 시장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수산시장 가운데 2층으로 된 곳은 없다”면서 “면적 자체로만 주장하는 것은 옹색한 것이고 수협은 시장 자체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문제에 해양수산부와 서울시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연구위원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수협이 자체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면서 “해양수산부가 입안을 해서 한 국책사업, 정책목표가 수산물 유통 선진화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해야하는 것은 3년 준공, 정말 애초 계획대로 수산물 유통의 선진화 목적을 달성했는지 살펴볼 책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관련해서는 “서울시는 법상 시장개설자라는 지위가 있다. 서울시가 거기에 시장개설자로서의 법적 책임이 있는데 경매만 관리하는 방식으로 소극적으로 시장개설자의 의무를 할 뿐”이라면서 “대표적으로 가락시장 같은 경우 중앙도매시장인데 서울시가 경매뿐만 아니라 일반 소매상인들도 다 관리한다. 그런 것으로 비춰봤을 때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에 서울시가 관여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문제는 용산참사와 다름없는 문제라고 규정하기도 한 김 연구위원은 “협상이나 대화가 가능하려면 체급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상인들이 상대하는 수협과는 너무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서 “그런 면에서 서울시나 정부, 공공이 나서줘야 한다. 용산참사의 경우 건설사와 이해관계자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며 공공이 방치하다가 일어난 사건이다. 노량진 수산시장도 공공이 나서지 않으면 고립된 장소에서 어떤 파국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상철 나라살림 연구소 연구위원과의 인터뷰 전문>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를 또 다른 용산참사라고 규정한 이유는

첫번째는 장소가 공간적으로 고립되어있다는 부분에서다. 수협이 단전단수를 했다고 하지만 그 주변을 다니는 분들이 인지하지 못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이 한쪽으로는 지하철이 다른 한쪽으로는 강변도로가 있다보니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다. 또 협상이나 대화가 가능하려면 체급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상인들이 상대하는 수협과는 너무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나 정부, 공공이 나서줘야 한다. 용산참사의 경우 건설사와 이해관계자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며 공공이 방치하다가 일어난 사건이다. 노량진 수산시장도 공공이 나서지 않으면 고립된 장소에서 어떤 파국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얘기한 말이

 

수협의 비상식적인 행위가 무엇인지.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집행관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제3자가 있어야 한다. 제로는 현장이 공간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보니까 집행관의 배석유무를 제3자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 아쉬운건 서울시가 인권지킴이 활동을 한다. 그런분들이 현상에 나와 있었으면 사실은 집행관 유무와 철거절차가 합법적인 절차확인이 가능할텐데 그런 조력이 없었다. 또 보통 법적으로 집행으로 할 경우 해당 용역은 집행관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집행관 명령 없이도 수협이 고용한 용역이 인위적으로 철거를 집행, 상인 폭력 사용 이런 일들이 있었다. 아무리 집행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용역들이 집행관의 지시를 받았느냐 부분에서 위법성이 있다

 

해양수산부, 서울시는 노량진 수산시장과 관련해 지금까지 어떤 입장을 내지 않았다. 두 기관이 이번 사태와 연관이 있다고 보는가

첫 번째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수협이 자체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입안을 해서 한국책사업, 정책목표가 수산물 유통 선진화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해야하는 것은 3년 준공, 정말 애초 계획대로 수산물 유통의 선진화 목적을 달성했는지 살펴볼 책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신시장 짓는데 국고를 들일 이유가 없다.

두 번째로는 서울시는 법상 시장개설자라는 지위가 있다. 실제 거기에 있는 경매사는 서울시가 직접 관리, 도매시장으로서의 지위가 있고 서울시가 거기에 시장개설자로서의 법적 책임이 있는데 경매만 관리하는 방식으로 소극적으로 시장개설자의 의무를 할 뿐이다. 대표적으로 가락시장 같은 경우 중앙도매시장인데 서울시가 경매뿐만 아니라 일반 소매상인들도 다 관리한다. 그런 것으로 비춰봤을 때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에 서울시가 관여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번 사건은 서울시의 직무유기라고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장개설자라는 법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동작구, 서울시가 노량진에 대한 개발 사업 관련 플랜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수협 측에서 개발하려고 했던 복합리조트 등 도시계획적인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에 사실상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수협이 구시장 부지에 카지노를 포함해 복합리조트를 짓는다는 계획은 무산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라고 한다면 상인들을 몰아내고 구시장 부지에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구시장을 존치하면서 다른 계획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이전하면 되는 문제 아니냐. 굳이 기약도 없는 상태에서 지금처럼 무리하게 철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수협에 묻고 싶다.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수협이 합작을 해서 상인들에게 사실상 분양사기에 가까운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얘기하셨다. 상인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

지금 준공된 신시장 건물은 2009년 상인들과 합의했던 건물의 구조가 아니다계획보다 3분의 1정도가 좁게 지어졌다.지금 수협은 1층 건물을 2층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넓어졌다고 얘기한다. 이는 집을 계약했는데 집 짓는 사람이 복층으로 만들어놓고 면적은 똑같지 않냐고 주장하는 셈이다. 전체 면적은 넓어졌을지 모르지만 복층이라면 천장도 낮고 각각의 방은 작아지지 않느냐. 무엇보다 1층짜리 시장계획을 2층으로 만들어 놓으면 시장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수산시장 가운데 2층으로 된 곳이 어디 있느냐. 면적 자체로만 주장하는 것은 옹색한 것이고 수협은 시장 자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수협 측은 시장의 밀폐화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한다.

아니다. EU에서 수산물 안전을 위해 지붕이 있는 곳에서 수산물 판매하도록 하는 조치는 있었다. 그러나 구시장의 경우 지붕이 있다. 건물을 보완만 하면 충분히 국제적 흐름에 맞출 수 있다.핵심은 원래 신시장 현대화 구상이 목적이 구시장을 개량하는 것이다. 구시장에있는 그것을 개량해서 그 위로 올린다는 것이 계획이었기 때문에 사실은 구시장건물 개량 안전성 확보할 수 있다. 사업이 확정되고 공사하는 과정에서 설계변경이 굉장히 많이 이뤄진 셈이다. 과정이 상세히 설명이 안됐다. 2005년부터 따지면 총3번 바뀌었다.

 

 

현재 기존 상인들 가운데 70%가 신시장에 입주했다.

아무래도 상인들은 힘이 든다. 수협 쪽에서 개별 상인을 민사소송, 압류 등을 걸어온다. 그냥 가장 단순하게 질문하고 싶다. 3년이 지났다. 신시장이 장사가 잘됐으면 구시장 상인들이 붙잡아도 있겠느냐. 거기 장사가 안된다는 것을 확인했기때문이다. 건물아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장사가 안되는 곳에 상인들을 강제로 이주시켜서는 안된다. 이것은 정책이 실패한 것이다.

 

서울시가 나선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해야하는 것이 무엇인가.

일단 단전단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장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는 중재가 아니라 협상 당사자로 나와야 한다. 법률상이든 사업상이든 둘 다 책임이 있기 때문에 중재자로 나오는 것은 무책임하다. 관리회사인 수협, 상인, 정부나 서울시가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를 언론들이 전할 때 수협과 상인 간의 갈등만 전했다. 3년간 이를 지켜보면서 심정이 어땠는지.

 노량진 수산시장 정부차원의 정책 변화, 법률상 모순, 실제 현장에서 수협과 상인간의 이해관계, 복합적으로 연결된 문제다. 문제를 다루려면 왜 싸우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야한다. 너무 단순하게 접근했다. 상인들이 폭력을 행사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원인을 없애야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를 짚는데는 한계가 있지않았나 하는 부분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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