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또 다른 국가 폭력이 되어간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 기사입력 2018/11/15 [11:37]

[기고]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또 다른 국가 폭력이 되어간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 입력 : 2018/11/15 [11:37]

 

▲ 옛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금 서울 하늘 아래, 또 다른 용산참사가 일어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이라는 허명과 도시의 가난한 자들을 생각하지 않았던 도시계획, 엄청난 자본력과 언론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개발업자와 철저하게 고립된 싸움, 그리고 상황의 논리는 배제되고 형식의 논리 위에 합법과 불법을 손쉽게 결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똑같이 반복된다. 우리가 이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최소한 같은 결론만은 피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을까?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115일부터 전격적으로 시행된 기존 시장에 대한 단전과 단수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 와중에 신시장 이주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9일로 종료된 신청결과 기존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 중 절반 정도의 상인들이 이주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시 1110, 13일부터 기존 시장 부지에 대한 출입금지와 철거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그런 과정에서 수산물유통구조의 선진화라는 정책과제를 만들어 현대화사업을 추진한 해양수산부, 중앙도매시장의 법적 시장개설자인 서울시는 어떤 입장도 모습도 내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발전기를 통해서 어두웠던 시장을 다시 밝히고 단전단수로 폐사된 물고기를 걷어 내며 시장을 복구하는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눈에 보이는 파국이다.

 

▲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가 시행된지 일주일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는 발전기를 이용한 전기와 촛불로 시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뒷짐 지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

노량진수산시장의 문제를 수협과 상인들의 갈등으로만 보는 것은 단순한 접근 이전에 사실을 왜곡하는 접근이다. 왜냐하면 핵심적인 질문을 감추기 때문이다. ‘왜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을 관리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이다. 사실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 접근은 근본적으로 틀렸다. 마치 옷의 끝단이 맞지 않는다고 재단사를 탓하는 것과 같다. 사실은 단추를 잘못 채워 어긋난 것인데도 엉뚱하게 재단사에게 물어내라 하는 꼴이다. 따라서 노량진수산시장 갈등은 지금의 갈등이 아니라 갈등이 발생한 원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엔 1997IMF 구제금융 이후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방안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계획을 수립 추진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노량진수산시장은 정부 공기업인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냉장이 관리하고 있었다. 한국냉장은 수입농수산물을 유통하는 회사다. 원래 노량진수산시장은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장이 아니다. 그건 수협이 각 산지마다 설치해서 말아먹은 수협직판장이 그렇고, 각 지역마다 설치된 중앙도매시장은 법률상 기능이 다르다. 애초 법률부터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으며 중앙도매시장은 도시에 적절한 가격의 수산물을 공급하는 목적으로 설치된다. 그래서 법상 시장개설자는 광역자치단체장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런 노량진수산시장이 2002년 한국냉장이 ()아이델리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분리된다. 2005년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KDI 보고서는 이 과정을 노량진수산시장은 도매시장의 공공성을 감안하여 비영리단체인 수협중앙회에서 인수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에 의해 수협으로 이관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민영화할 수 없는 공공성 때문에 시장을 수협에 맡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수협은 마치 노량진수산시장을 사유물처럼 취급한다. 이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한 해양수산부가 제어를 해야 하지만 두 손을 높고 있고 법률에 의해 시장개설자로서 시장 기능을 중심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을 관리해야 할 서울시는 방치한다.

지금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수협이 펼치고 있는 논리는 그것이 타당해서가 아니라, 이를 반박해주어야 하는 정부와 서울시가 뒷짐을 지고 빠져 있기 때문에 그렇다. 마치 자신이 단추를 잘못 꿰어 밑단이 잘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재단사 탓으로 몰아붙이는 못난 손님 옆의 친구들처럼 말이다.

  

합의를 했다고 말하는 수협, 변경된 계획은 침묵

수협은 2009년 이뤄진 기존 시장 상인회와 수협의 합의문을 근거로 상인들이 이주를 약속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가능하려면 2009년의 약속 자체보다는 약속의 내용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생각해보라, 애초 방 3개에 거실 1개를 약속하고 분양받았는데, 막상 지은 집을 보니 방 같지도 않게 좁은 집이 만들어졌다. 약속은 약속이니 계약하고 들어가 살아야 하나.

 

사실 현재 사용 중인 노량진수산시장 건물은 준공검사가 확정된 건물이 아니다. 왜냐하면 소방도로와 관련된 기준이 충족되지 않아서 그런데, 이를 동작구청이 매번 임시로 가준공을 내주고 있다. 또한 2005년도부터 예정되었던 건물도 아니다. 원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WTO 등 통상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산물 유통과정을 선진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되었고, 진행 방식도 기존 시장부지의 개축방식이었다. 그래서 기존 시장을 재건축하는 대신 영업 중인 상인들을 기존 부지내로 옮겨 수복방식으로 재건축을 할지 아니면 아예 임시시장을 별로로 만들어 일시에 재건축할지 문제였다. 이건 2005년과 2006년 수협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타당성 보고서 등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계획이 시장 이전 방식으로 결정된 것이 20074월이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부지 이전의 이유에 대해 자체부지에 재건축을 하게 될 경우 시설이 협소하여 시장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아예 대체부지를 마련해 이주를 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기존 시장 부지엔 수산복합테마파트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전제는 기존 시장부지보다 넓혀서 간다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복병이 등장한다. 서울시다. 서울시는 2012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서 원래 시장부지보다 좁은 부지를 확정한다. 66,636제곱미터였던 부지에서 26,186제곱미터가 줄어든다. 3분의 1이 줄어든 수준이다. 이유는 2003년부터 계획으로만 존재했던 노량진-여의도간 고가도로 계획 때문이다. 이 고가도로는 도시계획 상으로만 존재하던 것으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는 10년 동안 단한번도 쟁점으로 나타난 적이 없는 사항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1년부터 수협과 진행한 내부협의 과정에서 갑자기 등장한다. 그리고 20123월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확정되고, 10월에 건축허가가 나오게 된다.

 

수협에서 말하는 2009년 상인들이 약속한 이주안이라는 것은 2011년과 2012년 사이에 서울시와 수협 간의 조정을 통해 3분의 1이 줄어든 신시장 안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2012년 이후 수협이 이런 사실을 상인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한 적도 없었고 모든 것은 서울시 도시계획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만 들을 수 있었다. 더 황당한 것은 앞서 말한 노량진-여의도 고가도로가 2014년에 아예 백지화되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1410장승배기~여의도간을 연결하는 고가도로 계획은 추진이 중단된 사업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그러니까, 수협은 사기 분양을 한 셈이고 서울시는 되지도 않는 계획을 가지고 깽판을 쳐놓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라 라고 말한다. 서울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뒤로 빠져 있다.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수협이 합작을 해서 상인들에게 사실상 분양사기에 가까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단지 가게평수 작아서 못 간다고 하는 상인들의 염치없는 이기심으로 보이나. 그렇게 따질 것이라면 우리는 과자보다 질소가 더 많은 과자봉지를 들고서도 할 말이 아무 것도 없다. 그걸 모르고 산 사람이 잘못이지, 만든 사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맞는 사람에게 맞을 짓 하지 않았나물을 것인가

최근까지 노량진수산시장의 갈등을 보도하는 모습은 대개 충돌이니 폭력 갈등이니 하는 현상적인 진단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초등학생과 성인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이를 충돌이니 폭력 갈등이니 하진 않는다. 누구라도 일단 싸움은 말리고 이유를 묻는다. 하지만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리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 2015년부터 그 흔한 국회토론회 한번 할 수 없었다. 그나마 한 2016년의 서울시 공청회도 서울시가 한 것이 아니라 오세훈 시장이 제정한 서울시 시민참여기본조례에 의거해서 서울시민 5,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서 강제로 개최한 시민공청회였다. 당연히 그 자리에 수협 측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시민공청회 이후 공청회 결과에 대해 시장이 입장을 밝히도록 한 조례의 규정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수협이 말하는 협상이라는 것도 우습다. 자신들은 사내 변호사를 대동하고 직원들을 대동하면서도 상인들은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의 참여를 배제했다. 정보도 약하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상인들을 자신들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 듯 해놓고, 그마저도 제대로 못해서 늘 협상에서 실패했다. 이런 상황이 2015년부터 계속 반복되어 왔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들이 한 것이라고는 신시장 정책이 잘못되었다라는 것을 구 시장에 잔류해서 열심히 장사함으로서 증명한 것 밖에는 없다. 만약 정부의 주장대로, 수협의 약속대로 신시장이 상인들과 소비자들에게 더욱 좋은 곳이라면 지난 3년 동안 구 노량진수산시장은 고사되어야 맞다. 적어도 구 시장 상인들이 볼 때 먹고 살려면 신시장으로 건너가야 겠다고 생각이 들게 끔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랬는가?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기존 시장의 3분의 1밖에 남지 않은 구 시장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임대료 몇 푼 내고 말고의 문제를 넘어선다. 바닷물도, 얼음도 직접 공수해서 운영하고, 주차관리도 직접 했으며, 시장에서 발생한 쓰레기도 상인들이 직접 치웠다. 임대료만 내면 안 해도 될 일을 시장 상인들이 직접 해오면서 시장을 운영해온 것이다.

 

결국 수협이 지금하는 행태는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상인들에게 전가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정부와 서울시가 보이는 모습은 법에서 정한 자신들의 관리감독 의무를 방치하고 범죄 행위를 방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어쨌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수협의 사유재산에 불과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왜 수천억원의 국민세금이 들어갔는지를 해명해야 한다. 국가가 사유재산에 국고를 지원하는 행위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부의 범죄행위를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면,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동네 싸움도 일단 떼어놓고 무슨 일이에요?’하고 묻기 마련인 상황에서 동네 불구경하듯이 노량진수산시장에 갈등 격화’, ‘또다시 충돌이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이 하고 있는 모습은 어쩌면 또 다른 참사의 방조자들이 하는 모습일 수 있다고 말이다. 일방적으로 맞는 사람에게 폭력을 쓰지 말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맞아라라는 주문에 다를 바 없다. 정말 그런 말이 아니라면, 힘이 센 쪽 그러니까 권한도 있고 권력도 있는 쪽에 멈추라고 말해야 공정하다. 더 나아가 법적인 책임이 있는 해양수산부와 서울시에게 당신들은 뭘 하고 있는가라고 말해야 정의롭다. 정말, 이 문제에 대해 정부의 책임 있는 자와 이야기하고 싶다. 이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이 글은 <민중의소리>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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