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남긴 한국오라클 노조원의 죽음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10/31 [10:49]

의문 남긴 한국오라클 노조원의 죽음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8/10/31 [10:49]

출근하지 않은 직원이 있다. 직장 상사는 이 직원의 가족에게 연락해 결근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집으로 찾아가 실종신고를 제안한다. 출근하지 않은 직원은 같은 날 사망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회사는 사망한 이의 부검 결과를 다른 직원들과 공유한다. 이메일로 공유된 부검 결과는 경찰의 이야기와 다른 내용이다. 회사는 직원의 죽음이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 주장한다. 유가족 측은 회사의 태도에 의구심을 갖는다. 출근하지 않은 직원을 위해 집까지 찾아오고, 실종신고를 제안했으며 거짓으로 부검사실을 다른 직원들과 공유한 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경력직으로 입사해 지난 2년간 한국오라클에서 일하며 노조활동을 해온 故 배유신씨의 죽음은 여러 가지 의문점을 남겼다.

 

 

▲ 한국오라클 노조가 사망한 배유신씨의 수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한국오라클 노조 제공> 

 

 

오라클의 과잉대응, 왜?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은 10년간의 임금 동결과 잦은 조직개편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2018년 9월 노조를 만들었다. 회사와 교섭이 결렬되자 올해 5월16일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중 교섭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7월31일부터 간부파업으로 전환했다. 조합원들은 8월6일 현장에 복귀했다.

 

열성적인 조합원이었던 배씨도 다른 이들과 업무에 복귀한다. 배씨가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업무 복귀 보름만인 8월20일이다.

 

이날 배씨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오전 10시경 사측은 배씨의 친형에게 고인의 결근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회사 측은 정오 무렵 배씨의 자택으로 이동, 재차 배씨 친형에게 연락하며 “실종 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종 신고 후 4~5시간 후 배씨는 한강 선유도 공원에서 주검이 된 채로 발견된다.

 

경찰 조사 결과 배씨는 전날 선유도 공원 근처 카페에서 6시간가량 머물렀다. 배씨는 카페에서 회사 노트북을 사용했다. 카페를 나서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으나 이것이 배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시신으로 발견된 배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진행됐다. 부검 결과가 나올 무렵 회사 부서장은 팀원들에게 고인의 부검 결과를 공개한다. 부서장은 이메일을 통해 “국과수 검시 결과 타살 정황으로 볼 수 있는 약물이 검출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경찰 발표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부검 결과 배씨의 몸에서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는 사망 이후 70여일간 진척되지 않았다. 배씨가 카페에서 사용한 노트북은 회사 측의 거부로 살펴볼 수 없었고, 회사나 배씨의 주변인에 대한 조사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오라클 노조 측은 다음과 말한다.

 

“본사는 강남구이고 조합원의 집은 용산구다. 고인이 장기간 결석한 것도 아니고 그 날 오전 9시에 출근하지 않았을 뿐인데 굳이 집까지 찾아와서 가족한테 실종신고를 하라고 얘기하는 것은 이상한 행동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부서장이 팀원들과 공유할 필요가 무엇이 있는가? 고인의 죽음이 혹시나 산업재해로 연결되는 것을 우려해 미리 차단하는 것 아닌가 싶다”

 

배씨의 유가족 측은 “사망원인 마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경찰 측에서 어제(10월 30일) 수사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말을 들었다. 노트북 포렌식 작업도 진행되고 있어 마지막에 유신이가 어떤 것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행동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현재 회사 측도 경찰 수사에 동조하고 있어 조만간 사망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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